[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박지성(33)이 걸어온 길은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와 맞물린다. 월드컵 4강 신화와 원정 첫 16강, 꿈의 무대로 여기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향한 길도 그와 함께 열렸다.
능력을 인정받은 박지성은 2003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 유럽무대에 진출했다. 첫 시즌에는 부상에다가 현지 적응과 언어 습득의 어려움 등으로 고전했으나 이듬해 정규리그 28경기에서 여섯 골을 넣으며 부진을 만회했다. 2004-2005시즌에도 리그 28경기에서 일곱 골을 넣어 우승에 일조했다. 2005년 5월 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AC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은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 득점으로 그는 같은 해 6월 한국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다. 잠재력을 눈여겨본 알렉스 퍼거슨 감독(73)의 눈에 띄어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성했다.
맨유에서 그는 일곱 시즌을 뛰며 전성기를 보냈다. 프리미어리그 4회(2007, 2008, 2009, 2011년), 리그컵 3회(2006, 2009, 2010년), 커뮤니티 실드 3회(2008, 2009, 2012년), 챔피언스리그 1회(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2008년) 우승을 함께했다. 2012년 2월 6일 첼시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는 맨유 창단 이후 92번째로 2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기록은 205경기 27골. 그의 성공을 계기로 잉글랜드에서 한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다. 낯선 유럽 리그를 친숙하게 만든 선봉장이다. 박주영(29·왓포드)을 비롯해, 기성용(25·선덜랜드), 이청용(26·선덜랜드),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5·카디프시티), 윤석영(24·QPR) 등 열한 명이 프리미어리그를 거쳤다.
역대 한국 국가대표 가운데 월드컵에 세 차례(2002, 2006, 2010년) 출전해 모두 골을 넣은 선수도 박지성이 유일하다. 4년 전 남아공 대회에서는 주장을 맡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일조했다. 대표팀 100경기에서 열세 골을 넣은 그는 센추리클럽 가입과 함께 2011년 1월 31일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가 떠났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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