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중소업체 진흥’ 뒤로는 ‘경쟁업체 발목잡기’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KT 자회사가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한국스마트산업협회 회장)와 결탁한 협회 임원사들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는 본지 보도(12일자) 이후, ‘서정기 그룹’이 어떻게 협회를 장악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회가 추진했던 모바일 주변기기·액세서리 산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도 실상은 자신들의 이권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2012년 서씨의 중앙티앤씨가 그해 여름에 협회 후원으로 개최된 ‘IT액세서리·주변기기전시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협회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그해 8월 말 서씨는 2대 회장으로 선임됐고, 당시 뚜렷한 방향성이 없던 협회가 자금력을 가진 서씨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씨가 회장이 된 직후 협회 임원진을 자신과 관계있는 업체들로 모두 갈아버리고, 다른 군소 업체들에도 전시회에 나가게 해 주겠다며 100만원씩 받고 끌어모아 세를 키웠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씨가 회장이 된 뒤 협회는 스마트폰용 주변기기 분야와 관련된 사업을 다수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사무총장 오모씨와의 갈등도 커졌고, 오씨는 지난해 11월 석연찮은 이유로 협회를 떠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회는 스마트폰 주변기기·액세서리 산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기로 하고 동반성장위원회와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이면은 또 달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업체 대표 B씨는 “서씨 등은 겉으로는 중소기업 보호에 나서는 것처럼 하면서 이면에서는 대기업 휴대폰 제조사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거래를 맺으려 했다”며 “중소기업 독점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않고 대기업 브랜드를 떼어 올 생각만 했다”고 폭로했다.
서씨의 중앙티앤씨 등 업체들이 정직한 아이디어로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중앙티앤씨의 M 브랜드는 경쟁업체 A사의 I 브랜드에 소송을 걸었다가 안되자 이를 베껴 만든 것”이라면서 “서씨가 아이디어를 개발해 열심히 사업하고 수출하려는 업체들을 상대로 시시콜콜한 특허소송을 걸어 왔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