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집의 경제학 1-5] 30대 주거빈곤층
-전세→월세 전환 급증, 강제보다 안착 유도가 우선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 광화문 소재 대기업에 근무하는 도정인(31·가명)씨는 지난해 가을 결혼을 앞두고 사귀던 여성과 헤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월세만은 안 된다는 애인 부모의 요구 때문이다. 도씨는 당산동의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데 드는 대출금과 대출이자, 관리비 등을 모두 감안하면 월세가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1월 말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이충환(30·가명)씨는 담배부터 꺼내물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간 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종암동 월세촌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이씨는 '브리지'가 없다며 지금의 주택시장을 불평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직장을 갖게 되더라도 결혼 직전까지 머물며 목돈을 마련할 저렴한 전세가 없다는 얘기였다. 이씨는 "우리라고 월세 살고 싶겠냐, 하지만 1~2인 가구가 지낼 전셋집이 없는데 어떡하냐"며 "월세로 결혼할 수 없는 상황에 결혼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월세 전환 추세에 가장 많이 끼인 세대 역시 결혼 전후에 놓인 30대다. 결혼을 앞둔 새내기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의 주택 수요가 꾸준하다 보니 월세로 전환되는 가구도 그만큼 늘어나서다.
그렇다고 지금의 '전세→월세 전환 추세'를 비난하는 것도 반시장적 판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 경제에 따라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금의 추세를 강제로 조율할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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