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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이끄는 W리더십]-①재닛 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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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압도한 그 여학생, 세계경제 주무르다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이끄는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런 FRB에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의장이 탄생한다. 현재 FRB 부의장이기도 한 재닛 옐런(68)이 그 주인공이다. 이달 초 예정된 미 상원인준 투표는 통과의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 세계 경제의 여성 대통령 시대도 활짝 열리게 되는 셈이다. G7(서방 주요 선진 7개국) 사상 첫 여성 중앙은행의 탄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세계 경제 여성 대통령 시대의 개막은 기약도 없이 뒤로 밀릴 뻔했다. FRB 의장 지명권을 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초 선택은 옐런이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 자신의 경제 자문을 맡아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강력히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후 여론이 들끓었다. 여성계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이 옐런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경제학자들도 대거 이에 동참했고, 민주당 상원의원 20여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을 지명해야한다'는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옐런 지명자가 이처럼 광범한 지지를 얻어 FRB 수장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가 보여준 능력과 전문성이 가장 큰 배경이다. 옐런은 1946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교사였던 어머니는 경제학, 주식, 신문의 경제면 등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는 옐런이 일찌감치 경제학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학창 시절에는 늘 최우등생이었다.
고교를 졸업한 뒤 아이비리그인 명문 브라운대학에 진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당시엔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창들은 "옐런이 실력으로 남학생들을 압도했다"고 전한다.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하바드대 조교수, FRB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런던정경대(LSE)와 UC버클리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경제학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옐런은 1994년 FRB이사에 이어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정책전문가로의 길에 접어들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재임시절(2004~2010년)엔 2008년 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찌감치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FRB부의장으로 근무한 2010년부터는 벤 버냉키 의장과 함께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온 책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폴 크루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다른 누구도 그만큼 (FRB의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공개 지지한 것도 준비된 실력과 경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옐런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소통 능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옐런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특이할 정도로 상냥하고 품위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옐런은 샌프라시스코 연은 총재 시절에도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경청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FRB 의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서머스 전 장관 역시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업무능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는 독선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변에서 늘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향후 출구전략 과정에서 나올 FRB 안팎의 첨예한 이견을 취합하고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의 자질 평가에서 옐런은 서머스 전 장관을 압도했던 셈이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옐런은 지난 11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브루클린 출신이란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 브루클린은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몰려 살았던 뉴욕의 낙후지역이었다. 옐런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장기 실업자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옐런은 남편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조지 애커로프 UC버클리대 교수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실업문제 해결과 고용을 중시해야한다는 주장이 담긴 다수의 공동저술을 내놓기도 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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