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어음 대신 갚아야 할 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시공능력 16위인 쌍용건설이 올해 막바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국내 26개사가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중인 가운데 10위권 건설사마저 생사의 기로에 서며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들은 금융기관의 소극적 지원성향이 강해지며 위기의식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수익성 제고와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이 협력업체 1400여곳에 상환해야 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이 600억원, 지급해야 할 어음이 100억원에 달했지만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지난 27일 채권단의 출자전환(5000억원), 신규자금 추가지원(3000억원)이 불발되면서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행 선택으로 협력업체들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31일까지 지급해야 할 100억원가량의 전자어음은 협력업체 결제 대금이었다. B2B대출 600억원도 법정관리가 개시될 경우 채권ㆍ채무가 동결돼 협력업체들이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에는 2000억원가량의 대금이 만기를 맞는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협력업체들이 쌍용건설 대신 어음을 갚아야 해 연쇄부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군인공제회 가압류가 풀려 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협력업체에 우선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에 보증을 섰던 관련 기관들의 부담도 커진다. 발주처가 선수금이나 공사이행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1조4000억원가량 보증을 섰던 건설공제조합도 쌍용건설의 공사대금 500억원을 하도급업체나 발주처에 지급해야 한다. 210억원가량 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도 마찬가지다.
법정관리로 인한 파장은 앞으로 수주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카타르 도하의 1조2000억원 규모 지하철 공사와 2000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W호텔 수주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쌓아온 인지도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축분야나 해외에서 인정받는 곳 중 쌍용건설만 한 곳이 없는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외수주가 사실상 끊기며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은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적극적으로 기업 회생을 돕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B2B 채권 등 협력업체 거래 은행에 할인어음의 대환 등 유동성 지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해외사업장에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이에 '패스트 트랙' 방식의 회생을 모색 중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국내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손실을 치유하고 해외사업 경쟁력, 차별화된 기술력, 브랜드 가치 상실을 막아 조속히 회생을 추진하겠다"며 "패스트 트랙 인가가 나면 법정관리를 금방 졸업할 수 있고 예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