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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해가 지지 않는 논란…남은 송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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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8월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8종 교과서가 숱한 시비와 논란 끝에 새 학기 한국사수업에 사용된다. 일선학교에서 8종 가운데 어느 출판사의 교과서를 채택할지 알 수는 없지만 사실상 누더기로 고쳐진 교과서를 가르치고 배워야 할 교사와 학생은 착잡하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교학사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탓이다. 정치적 법적 다툼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마지막 단추를 제대로 잠그기도 어렵게 됐다.

정부의 수정명령에 반발해온 6종 교과서 집필진 모임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한필협)는 30일 법원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본안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필협은 "법원이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지만 이는 수정명령이 적법하거나 정당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면서 "본안 소송을 통해 끝까지 교육부 수정보완 요구와 수정명령이 적법한 절차가 아님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비공개해 왔던 전문가 자문위원회, 수정심의회 명단과 회의록 등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필협 소속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비록 이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교육부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행정조치에 대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주 교수 등 집필진 12명이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집필진의 저작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정명령 효력을 정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수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정명령이 명백히 위법하다고 단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신청인들의 저작인격권 보호를 위해 수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번 결정은 집행정지의 요건 충족 여부만을 판단한 것이므로 수정명령의 적법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본안소송에서 면밀한 심리와 심사숙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6종 교과서 집필진들은 본안소송에서 ▲수정명령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며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수정명령을 통해 검정제도의 취지를 훼손시켰으며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등 적법한 검정절차를 거쳐 검정의 합격결정을 받은 자의 법률상 이익을 쉽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교학사 교과서의 앞날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수석부장판사 박희승)는 위안부 피해자 등 9명이 낸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 다음 달 7일 첫 심문기일을 열고 심문 진행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며 대한민국 존립 근거를 부정하고 있다"며 "제주 4ㆍ3사건과 보도연맹 사건을 가벼이 여겨 국가에 의한 국민 학살의 의미를 희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4년 2월 교학사 교과서를 배부하게 된다면 신청인들의 인격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거나 이미 배포된 학교에서는 이 교과서로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24개 시민단체는 "교과서 검정 및 검정 감독의무를 위반하고 학교장의 교과서 선정 권한을 침해했다"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고소 고발인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취소는 물론이고 서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수정 승인을 받지 않고 42건을 임의 수정해 검정을 취소해야 하며 일부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채택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학교들이 있다"면서 "이 모든 사태를 유발시킨 서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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