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12명은 20일 윤관석 민주당 의원을 대표발의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이 개정안을 '시간강사법 유예법'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시간강사법을 유예하는 개정안이다.
입법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시행을 하려다보니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졌다. 노동자인 강사들로서는 반대는커녕 대환영할만한 법이다. 사용자인 대학입장에서는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해야하고 4대 보험료를 내야하니 비용이 늘어난다.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대학일수록,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대학일수록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를 교수확보율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이에 해당되지 않은 강사들의 대거 거리로 내몰리기도 했다. 실제로 2011년 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지방대학에서는 시간강사들에 대한 대규모 해고(정식으로는 해촉)사태가 벌어졌다. 대신 전임교원의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계약해직 자유로운 비전임교원의 채용이 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풍선효과처럼 시간강사의 풍선효과가 생긴 것이다.
시간강사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되자 시행을 2014년 1월부터로 유예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시간강사들은 법을 아예 폐기하거나 시행을 더 미루자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2년 더 미뤄 2016년부터 시행하자는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반대하지 않고 있어 국회에서 논의만 제대로 이뤄지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8.9%가 시간강사법의 개정ㆍ폐기를 원했고 현행 시행은 28.9%에 그쳤다. 강사료 인상과 강사법 개정에 대한 의견이 높아 강사의 요구사항과 강사법 내용이 불일치하고 있었다. 시간강사들은 임용기간보장(14%),강의기회 확대(13.8%)보다 강사료 인상(46.6%)을 더 원했다. 특히 강사를 대학교원에 포함시킬 경우는 주당 9시간 이상인 강사만 강의하게 돼 상당수 강사의 실직이 예상됐다. 9시간 미만의 강사수는 5872명이며, 이를 9시간 책임시수로 재분배하면 3203명으로 나타나 약 46%가 축소될 것으로 추정됐다. 강사의 약 52.7%가 2개 이상의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실정에서 퇴직금과 보험료를 어느 대학이 부담할지도 쟁점이 됐다.
◆또 유예하면 준비 잘 될까=시간강사법은 한번 유예됐고 이번에도 유예되면 두 번째다.2016년 1월부터 시행되면 2년여의 준비기간이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시간강사, 대학, 교육당국의 계속된 논의에도 성과는 없던 점을 감안하면 남은 2년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진로는 두 갈래다. 하나는 시행을 유예하되 이해당사자간에 절충점을 찾아 법개정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미비점과 보완할 점을 담는 것. 다른 하나는 아예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하는 방안이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시간강사들의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강사료 인상을 국회와 교육당국이 이끌어 낼 수 도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시간강사 단체들은 대체입법을 통해 시간강사, 초빙ㆍ겸임ㆍ연구교수 등 모든 비정규 교수들을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2년마다 평가과정을 거쳐 연구강의교수의 재계약을 진행해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시급만 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기본급을 제공하고 공동연구실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요즘 시간강사는 대부분의 박사학위 소지자다. 여기에 매년 1만명의 박사들이 새로 교육시장에 공급된다. 대학를 포함해 사회의 수요는 공급의 30%도 안된다. 공급을 강제로 억제할수도, 수요를 억지로 늘릴 수도 없다. 대학생 숫자, 대학숫자도 앞으로는 줄면 줄었지 늘어날 일은 없다. 법개정 논의와 별개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볼 때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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