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공공건물 중엔 전면을 유리벽으로 지은 것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용인시 청사, 경기도청 별관, 서울시 신청사, 성남시 청사 등 수많은 지자체 건물청사들이 그 예다. 이런 통유리 건물들은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너지효율보다는 보기 좋은 디자인에만 중점을 둔 결과라는 지적이다.
디자인 면에서 '최악의 건축물'로 꼽혔던 서울시 신청사는 지난 여름 '찜통 건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멈출 때마다 건물 유리벽이 실내에 '온실효과'를 가져왔다. 3000억원을 들여 최신식으로 지었다는 신청사는 하루 평균 전기료로 5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청사 외에 서소문ㆍ남산ㆍ을지로 별관 등 4개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신청사가 지출하는 전기료는 전체의 70%에 달한다. 입주 첫 달인 지난해 9월 서울시의 전기료는 1억9156만원(62만5170㎾h)로 전달보다 두 배 이상 뛴 후 올 1월엔 사상 처음 전기요금 2억원을 돌파했다. 경기도 청사 역시 2008년 지은 별관 건물이 유리외벽으로 돼 있다.
최경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유리는 단열성능이 충분하지 않아 겨울철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열손실이 크고, 단열재가 들어간 벽체에 비해 에너지 손실이 5~8배나 많다. 고성능 유리를 사용하면 에너지 낭비를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건축비 부담이 늘어난다.
신근정 녹색연합 지역에너지팀장은 "이미 에너지 소비량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건축물 에너지를 줄이는데 대해서는 인식과 정책에서 모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오로지 전기 사용량을 줄인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건축물 에너지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녹색건축기술에 대한 투자, 제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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