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홍명보호(號)가 출범 이후 첫 원정에서 과감한 실험을 단행했으나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원하던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축구 A대표팀 친선경기에서다. 선제골을 넣고도 조직력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1대 2로 역전패했다.
4-2-3-1의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로 김신욱(울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선을 받칠 섀도 스트라이커로는 지난해 울산에서 김신욱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합작한 이근호(상주)를 낙점했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주장 이청용(볼턴)은 좌우 날개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중원에선 기성용(선덜랜드)과 함께 박종우(부산)가 호흡을 맞췄다.
측면 수비는 새로운 파트너를 내세웠다. 최근 3경기 연속 중용됐던 김진수(니가타)-이용(울산) 대신 박주호(마인츠)-신광훈(포항) 조합이 시험 가동됐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는 변함없이 중앙 수비를 책임졌고, 수문장 경쟁에선 스위스전에 결장했던 정성룡(수원)이 재신임을 얻었다.
팽팽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던 한국은 동점 이후 수비 조직력이 급격히 흔들리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결국 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드미트리 타라소프에 헤딩 역전골을 얻어맞았다.
반격에 대한 기대와 달리 태극전사들의 몸놀림은 시간이 갈수록 무뎌졌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는 매끄럽지 못했고 마무리 슈팅 역시 위력이 없었다. 4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효과가 없었다. 특히 짧은 기간 장거리를 이동한 유럽파의 체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스위스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이청용은 이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기도 했다.
낯선 환경과 시차를 딛고 치른 러시아전은 홍명보 호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던졌다. 빡빡한 일정에 대비한 체력 강화다. 구성원이 바뀐 가운데도 흔들림 없는 꾸준한 경기력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지만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대표팀으로선 첫 원정길에 값진 소득을 확인한 셈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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