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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정지용의 '우리나라 여인들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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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인들은 오월달이로다. 기쁨이로다./여인들은 꽃 속에서 나오도다. 짚단 속에서 나오도다./수풀에서, 물에서, 뛰어 나오도다./여인들은 산과실처럼 붉도다./바다에서 주운 바둑돌 향기로다./난류처럼 따뜻하도다./여인들은 양에게 푸른 풀을 먹이는도다./소에게 시냇물을 마시우는도다./오리알, 흰 알을, 기르는도다./여인들은 원앙새 수를 놓도다./여인들은 맨발벗기를 좋아하도다. 부끄러워 하도다./여인들은 어머니의 머리를 가르는도다./아버지 수염을 자랑하는도다. 놀려대는도다./여인들은 생율도, 호도도, 딸기도, 감자도, 잘 먹는도다./여인들은 풀굽이가 둥글도다. 이마가 희도다./머리는 봄풀이로다. 어깨는 보름달이로다./여인들은 성 위에 서도다. 거리로 달리도다./공회당에 모이도다./여인들은 소프라노로다. 바람이로다./흙이로다. 눈이로다. 불이로다./여인들은 까아만 눈으로 인사하는도다./입으로 대답하는도다./유월볕 한낮에 돌아가는 해바라기 송이처럼/하느님께 숙이도다.(……)

정지용의 '우리나라 여인들은' 중에서

■ 정지용의 시적 태도를 느낄 수 있는, 여자에 관한 묘사들. 구체적이고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다. 남자가 영원히, 그 기반과 입장에서 평생 사유할 수 없는 다른 성(性)을 보면서 어슬프게 감정이입하기 이전에, 저 치열하고 성실한 소묘가 먼저 있었기에 청년 정지용이 얻어낸 여성에 대한 관점들이 동갑나기 소월보다 더 풍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경은 '여성리더십'에 관한 포럼을 매년 열고 있다. 남자인 나는, 여성을 얼마나 아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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