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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여성CEO 14인에게 들어본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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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 필요
-정부는 현장으로 몸 낮추고, 여성들은 자생력 갖는 계기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지은 기자, 박혜정 기자, 이정민 기자]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국가 혁신의 태풍이 될 것인가, 미풍에 그칠 것인가. 창조경제의 성공적 실천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장밋빛과 흑빛을 오간다. '창의와 혁신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기대감의 맞은 편에는 '모호한 개념, 손에 잡히지 않는 구호'라는 우려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창조경제 시대는 서둘러 막을 올렸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진통 중이다.
따지고 보면 창조경제는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혁신, 창의, 변화, 성장 등 기업마다 취한 생존 전략의 명칭이 달랐을 뿐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엄혹한 경제 환경에서 기업들은 변화와 혁신, 융합과 창의를 통해 성장해오고 발전해왔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이 말하는 창조경제 전략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하다. 창조경제의 성공적인 실천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인 것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에 소개된 14명의 중소·중견기업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창조경제 성공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을 들어봤다.

◆사고의 틀을 깨라= 사전에서 '창조'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이라고 돼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창조경제를 '0에서 1을 만드는 일련의 행위'로 보는 시각은 적다. 틀린 것은 아니나, 현실을 감안하면 '창조=융합'으로 귀결된다는 게 CEO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를 테면 '1+1= 2+@'라는 등식이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그동안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한 우물만을 팠다면 이제는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창의적인 시대가 왔다"며 "기업 스스로도 자기 분야에 함몰되지 말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도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의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여러 가지 기술·서비스·아이디어의 융합과 혁신을 기초로 창조적 산업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며 "여러 기술을 융합하고 첨단기술을 앞서 성공시키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의 틀만 깬다면 창조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는 "참신한 사고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며 "획기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도 "창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부단히 다듬고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창조경제의 시작은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에서 시작한다"고 제시했다.

◆'여성'에 투자하라= 일찌감치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빛을 본 여성기업인들 덕분에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여자는 안 돼'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성과가 비로소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럴 때일수록 잠재된 성장 동력인 여성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민재 엠슨 회장은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은 섬세하고 유연한 여성 인력의 활용이 필수조건이나 현실적으로 여성 인력이 마음 놓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보육정책 등 여성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와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주부'에 방점을 찍었다. 이희자 대표는 "주부가 경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경제활동의 기본이 된다"며 "주부들의 아이디어나 주부가 원하는 상품을 현실화시키는 것 또한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희 대표도 "많은 기업들이 주부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 주부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혈받아 제품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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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창의 교육 필요하다= 창의적 사고는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머릿속에 박혀있는 경직된 사고 체계를 뒤바꿔야 하니 쉽지 않다. 때문에 CEO들은 어릴 적부터 창의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뿌리부터 창의의 옷을 입히자는 것이다. 박현주 엠큐릭스 대표는 "융합적 발상을 위해서는 유치원부터 창의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후 교육과정에서도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훈련이나 다양한 융합 지식을 익힐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 펀비즈 대표도 "창조경제는 사람과 산업의 결합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성교육과 리더십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의숙 인코칭 대표는 "지속적인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 세대에 걸쳐 인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기업에서도 컨설팅, 기술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현장으로 몸을 낮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조직 자체가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맞춤형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장에 나가 발로 뛰지 않고 가만히 책상에 앉아 종잇더미에 파묻혀있으면 현장의 목소리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양윤선 대표는 "현재 공무원 조직이 창조경제를 이해하고 구현하기 위해 적합하다고 실감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만나게 되는 현장 공무원들은 정부의 생각과 이견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업들이 활발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여러 부처에서 지원책을 내놓지만 정작 기업들에 적절한 수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원책을 한 데 모은 '우물 지도'가 없는 것도 한 몫 한다. 박혜린 회장은 "정부에서 몇 천억원을 풀었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에서 '우물'(지원책)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서 "공무원도 제자리에만 있지 말고 현장에 와서 기업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길순 대표는 "단순히 서류만으로 지원 기업을 선정하지 말고 기업을 방문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기술력, 수출 실적, 직원들의 열정 등 실무적인 능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을 선별해내 직접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기업도 자생력을 갖추자= 여성기업인은 늘 약자이기만 할까. 그동안 만났던 여성 CEO들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과거에 비춰보면 일부 인적 네트워크가 약한 측면이 있었지만, 섬세함과 포용력을 무기로 남성기업인이 이끄는 회사보다 한 수 위라는 이들도 있었다. 더군다나 유연한 사고가 무척 중요해진 창조경제 기조 아래에서는 오히려 여성기업인이 유리하다고 했다. 양윤선 대표는 "창조경제에서는 창조성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섬세한 포용력과 통찰력을 가진 여성기업인들이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는데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기회에 여성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정부의 특별 지원책을 받아 언제까지 '온실 속 화초'로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박혜린 회장은 "여성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지원해주면 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면서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연구와 노력 끝에 기술력을 키워 다른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희 디지캡 대표는 "한국 안에 머무르지만 말고 해외 신 시장을 창출하며 성장 동력을 꾸준히 발굴할 필요도 있다"고 역설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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