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교수, 디자이너들도 시제품 제작 활용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까먹기 전에 빨리 써야 돼요."
"샤워기에 자석을 붙여서 씻고 나면 걸지 않고 붙일 수 있게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난 4일 오후 2시. 과천과학관 내 위치한 무한상상실에 들어서자 초등학교 4학년 학생 15명이 고철장에서 쓰이는 자석크레인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특히 각자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만큼은 적극적인 토론이 이어지는 등 어른 못지않게 진지한 모습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된 무한상상실은 총 160㎡ 공간에 '상상회의실'과 '상상공작실'로 구성됐다.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다.
상상회의실에서는 진동, 다용도, 포개기 등 주제를 선정해 각각의 원리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을 이어간다. 구체화된 아이디어는 계획서로 만들어져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상위원회가 이를 평가한다. 구동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상상공작실에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컴퓨터수치제어기기 등으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과천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 군은 "무거운 것을 쉽게 들 수 있게 자석장갑을 만들고 싶다"며 "너무 무거우면 팔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력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만들겠다"며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각 부위의 기능과 사용법을 적어 놓은 게 꽤나 구체적이었다.
같은 학교의 장 모 양은 "혼자서도 목걸이를 착용하기 쉽게 목걸이 끝을 자석으로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각 건물마다 큰 자석을 설치하고 자력을 조절해 연료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자력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비록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창조DNA 육성'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무료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시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상상공작실에서는 외형이나 디자인 제작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 아직 IT기술이나 전자적인 부분을 시도해 볼만한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제품의 외형이나 설계, 디자인은 멘토링과 제작이 가능하지만 회로나, 전력 등이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상공작실 관계자는 "전자적인 설비도 추가할 예정"이라면서도 "정확히 언제쯤 가능하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난 3개월간 상상공작실에서 제작된 시제품은 총 30건에 이른다. 대학 교수, 사업자, 디자이너 등 일반인의 아이디어가 사흘에 1건씩은 시제품으로 제작된 셈이다. 또 접수돼 검토되고 있는 제안서도 65건에 이른다. 그는 "제작을 위한 조율, 구동실현을 위한 설계 변경 등 앞으로 제작에 들어갈 제품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송선희 무한상상실 SE(사이언스 에듀케이터)는 "중학교 영재반, 고등학교 동아리, 일일체험 등 10월에도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며 "2013 행복학교 박람회 기간 중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원격 수업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일정표를 보니 이달 둘째 주는 주말을 포함해 쉴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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