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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화이’, 긴 여운과 물음표를 남기는 '괴물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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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화이’, 긴 여운과 물음표를 남기는 '괴물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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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아버지, 왜 절 키우신 거에요?”

‘화이’가 2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김윤석, 여진구를 비롯한 배우들은 몸 안의 모든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열연했다. 그 어마어마한 열기가 스크린 밖으로 튕겨나와 관객들에게 전해질 정도였으니. 탐스러운 봉오리 같았던 여진구의 연기도 ‘화이’를 통해 만개했다. 미성년자인 그가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껏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장준환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좀 더 상업적이고 대중적으로 변모했다. 음산한 예고편을 접했을 때 ‘또 하나의 예술영화의 탄생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여러 가지 매력이 잘 버무려진 ‘재미있는 영화’였다. 시사가 끝난 후 감독은 “나름 내가 스타일리시하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물과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최대한 노력을 했다”고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소년 화이(여진구 분)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석태(김윤석 분)가 끝을 향해 치닫는 갈등과 복수를 그린 영화다. 석태는 냉혹한 판단력의 소유자이며 화이에게는 가장 무서운 아버지이다. 화이는 나머지 네 명의 아버지에게는 “아빠”라고 부르지만 석태에게만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두려워한다.

반면 기태(조진웅 분)는 따뜻한 정으로 화이를 돌보는 엄마 같은 존재다. 이성적 판단력 지닌 설계자 진성(장현성 분)은 여느 평범한 아빠처럼 화이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를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운다. 나머지 두 명의 아버지는 웃음이 많은 독특한 냉혈한 동범과 수제 총기 전문가이자 저격수인 범수다. 이들과 함께 화이를 가슴으로 안는 석태의 부인 영주(임지은 분)까지, 모두가 모여 살아가는 집. 이상한 가족 관계, 자신만의 개성을 품고 있는 5명의 아버지, 서늘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집안 분위기, 순수한 소년 화이는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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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 배우고 따르는 맑은 소년 화이는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 후 변모하게 된다. 거친 이들이 모여 살지만 석태의 카리스마로 평화롭게 유지되던 집안도 결국 분열되고 만다. 장준환 감독은 이들이 예측 불허의 결말로 치닫는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출력으로 담아냈다. 그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커다란 물음표를 안고 영화관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이’를 보고 나면 주인공 화이의 곁을 맴도는 정체불명의 괴물은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괴물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고, 왜 나를 항상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건가. 감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괴물은 누구의 내면에든 존재한다. 극중 석태는 말한다. “내가 괴물이 되니 괴물이 보이지 않더라”고. 결국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이기도 하다.

5명의 아버지들은 비록 극단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모두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조금씩 담고 있다. 영화는 언뜻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진액이 빠져 말라버릴 만큼 고생하며 연기했다”는 김윤석과 ‘작은 거인’ 여진구는 강도 높은 액션신과 에너지가 폭발하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여진구는 촬영 전부터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거쳐 급격한 경사의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고난도 스턴트 액션, 높이 18m에 달하는 공장 타워에서의 저격신등 위험천만한 액션신들을 직접 소화했다.

여진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샛별’임을 완벽히 증명했다. 이는 선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가 뒷받침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화이’는 탱크보다 무거운 주제를 깃털처럼 가벼운 재미로 표현해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다. 생각하는 것처럼 무겁지 않고, 선혈이 낭자하지만 눈뜨고 못 볼 만큼 잔인하지도 않다.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운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은 오는 10월 9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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