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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백화점 서비스평가, 고과 반영 폐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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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민진 차장

감정노동자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봄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대기업 '라면 상무' 사건과 백화점 여직원 자살사건이 터진 직후 감정노동자 문제는 다시금 사회 이슈화 됐다.
우리 사회 갑을 관계 문제까지 엉키면서 국회의원 20여명이 소위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남녀고용평등과 일ㆍ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근로자의 업무상 스트레스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한 심리상담 서비스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업장에는 '고객 등이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게시하도록 하고,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백화점 매장 직원 평가 방식(미스터리 쇼퍼)도 폐지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감정노동이란 단어는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호흐실드가 '관리된 심장'이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했다. 소비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감정노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데 호흐실드는 백화점 여성 노동자를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봤다.

흔히 승무원이나 판매원, 외판원, 텔레마케터 등이 감정노동자군(群)에 속하는데 넓게는 고객서비스의 접점에 있는 모든 직종 종사자를 감정노동자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백화점에서 협력사원(하청업체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 '판매사원의 심리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내용을 보고 받은 CEO가 특단의 대책을 지시 했다고 한다(물론 설문조사 결과를 보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문제지만). 대책의 핵심은 앞으로 서비스평가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제대로 시행된다면 획기적인 일이다. 백화점 특성상 고객서비스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데 사람 관리, 즉 서비스평가에서 '인사고과 반영'이라는 커다란 무기를 스스로 내려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초 본사에만 있던 고객서비스 전담부서를 전 점포로 확대했다. 별도 인원을 배치할 만큼 경영진이 서비스강화를 외쳤다. 판매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평가 점수가 낮으면 점장들은 CEO에게 깨지기 일쑤고, 점장은 팀장을, 팀장은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게 된다.

서비스평가 점수가 공개되는 날이면 승진에 민감한 고참 정규직원들의 신경은 곤두선다. 정규직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다보니 서비스 점수가 지나치게 낮게 나오는 매장의 매니저나 해당 직원은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잘한 직원들에게는 포상이 따르지만, 못한 직원들은 공개망신을 당한다.

서비스평가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라지만, 서비스평가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면서 그 스트레스와 부작용은 배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협력사원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특단의 대책이 '서비스'로 요약되는 백화점의 상징성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묘수가 되기 바란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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