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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가 한국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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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구텐 탁!(안녕하세요) 한국 정치인들.

이번 독일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입니다. 제가 이번에 기대 이상의 대승을 거둔 모습들 보면서 많이들 부러웠죠. 제 자랑 같지만 이번에서 기독민주당(기민당)·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은 통일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던 1990년 12월 총선 이후 최대 승리를 거뒀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 이제 제게도 붙여주세요.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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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제가 속한 기민당은 제 별명인 무티(Mutti, 엄마)를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독일의 한 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엄마는 항상 당신 곁에 있지. 당신은 엄마에게 의지할 수 있구. 가끔은 엄마가 방 치우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엄마는 항상 당신 곁에 있지"라구요. 독일 국민은 제가 항상 국민들 곁에 있다는 것을 아니까 국민들이 제 진심을 알아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료들하고 대판 싸운 뒤 힘들고 지친 몸 이끌고 슈퍼마켓에 들러 채소를 사는 모습들을 봐왔던 독일인들에게 저는 같은 보통 독일 사람으로 다가섰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촌스럽다던 엄마의 이미지는 독일인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야당은 제가 집권한 이후에 가난이 늘어났다고 비판합니다. 비정규직도 늘고, 고용도 불안해지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유럽의 모든 나라들의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우리 독일 경제만큼은 튼튼하게 버텨냈다는 점이죠.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의 승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라고 봅니다. 튼튼한 독일 경제가 결국 3선의 기반이라고 봅니다.

언론은 제가 변신의 달인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저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과감하게 실용주의를 선택해 왔습니다. 저는 이념보다는 실리를 위해 움직이는 게 옳다고 믿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저는 원전 폐기를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좌파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반(反)원전 정책을 보수당의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냈습니다.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한번은 이길 수 모르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정권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는다는 건, 약속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라고 봅니다.
저는 야당의 정책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과감히 수용했습니다. 야당과의 정책이 치열하기 부딪치는 지점이 있다면 저는 과감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기민당은 진보 성향의 야당이 제시해왔던 임대료 상한제, 최저 임금 보장, 연금과 아동 수당 인상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가 야당의 정책을 받아들임으로써 대립각을 없애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저는 독일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독일 국민들은 제게서 엄마를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지지했고, 제가 소속된 정당에 표를 기꺼이 던졌다고 말합니다. 제가 국민에게 잔소리도 퍼붓고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항상 국민의 곁에 서 있으려는 마음을 알아줬다고 봅니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나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엄마가 되어 보겠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마음이 전달된다면 다음 선거의 승리자는 당신일 겁니다.

* 이 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총선 승리가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를 사실에 근거해 살핀 뒤 작성한 가공의 편지입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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