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넥센은 SK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제는 4강팀간의 치열한 순위 다툼이다. 3위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4위와 큰 차이가 없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홈경기를 먼저 치르고, 홈에서 한 경기를 더 할 뿐이다. 1위와 2위는 다르다. 각각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정규시즌에서 끝까지 혈투가 예상되는 이유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시즌까지 한국시리즈를 살펴보자. 우승 팀들은 200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다.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각 구단들의 실력 차는 그리 크지 않다. 플레이오프에서 원투펀치를 소진하고 올라온 팀은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원동력은 새 전력의 가세가 아니다. 토종 선발투수들의 분발이다. 현대 프로야구에서 각 팀의 원투펀치는 주로 외국인투수들이 맡고 있다.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견되나 대부분이 마운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넥센을 제외한 상위 세 팀은 외국인투수 한 명이 빠진 상태에서 마지막 레이스를 치르고 있다. 넥센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든 나이트와 밴 헤켄이 자리를 잡고 있으나 이들의 역량은 다른 세 구단 원투펀치에 비해 약한 편이다. 정규시즌 1, 2위 골인의 키를 토종 선발투수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이미 일부 투수들은 팀에서 원투펀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종선발진의 면모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은 삼성이다. 좋은 자원을 고르게 보유하고 있다. 한 경기에 선발투수 두 명을 투입할 수 있을 정도다.
같은 측면에서 가장 불안한 팀은 두산이다. 새 외국인투수 데릭 핸킨스의 구위가 신통치 않다. 부상에서 돌아온 더스틴 니퍼트가 에이스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한 지붕의 LG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신재웅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레다메스 리즈, 류제국의 뒤를 이을 3선발급 투수와 롱릴리프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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