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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안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에 12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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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군사독재 시절 국가보안사령부(보안사)의 ‘유학생 간첩 색출’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하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피해자 윤모(55)씨와 가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윤씨에게 5억 3000여만원 등 총 12억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일동포 윤씨는 일본 교토대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들어와 고려대 의과대학에 편입했다. 윤씨는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4년 8월 보안사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됐다. 수사관들은 윤씨를 장지동 분실에 감금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우리나라에 잠입해 간첩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자백을 강요했다.

수사관들은 윤씨의 옷을 벗기고 몸을 묶은 뒤 구타했고, 수건으로 코를 덮고 물을 들이붓거나 엘리베이터 식으로 지하까지 오르내리는 의자에 태워 급강하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고문했다.

윤씨는 계속되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간첩 활동을 했다고 허위로 자백했다. 수사관들의 협박 때문에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허위자백을 이어갔다.
윤씨는 법정에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으며 간첩행위 등을 한 사실이 없다”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87년 법원은 그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가 윤씨를 강제로 연행해 43일간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범죄사실을 조작했다. 검찰과 법원은 수사상의 위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면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윤씨는 2010년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여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이에 윤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윤씨는 보편적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했다. 이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윤씨는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극도의 신체적 고통에 시달렸고 석방 이후에도 고문 후유증으로 심적 고통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또 간첩조작사건으로 일본에서 협정영주자 지위를 박탈당했다”면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간첩의 가족이라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 속에 힘겹게 살았다”면서 위자료가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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