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융권이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이에 비례해 금융권 종사자들의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간 금융사들은 금융사대로, 금융공기업들은 금융공기업대로 정치권발 바람에 갈팡질팡이다. 정작 금융현안을 다뤄야 할 정치권은 국회 파행을 이어가고 있어, 불확실성이 언제쯤 정리될지도 예측불허다.
쪼개졌다 다시 산업은행과 합치게 된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른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검토한다며 공적 기능을 따로 떼어내 설립된 정금공 직원들은 회사와 개인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한 정금공 직원은 "정권마다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결론은 정 반대의 것을 내놓으니 결국 휘둘리는 것은 직원들"이라며 "한 정책이 몇 년을 넘기지 못하니 성과를 낼 수가 없다"고 전했다.
금융감독기구인 금감원조차도 이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다뤄질 '금융감독구조 재편안' 때문이다. 국회는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설립하는 방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간에 생각이 달라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 데다 국회에서 이 안을 대폭 손질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치에 자꾸만 흔들리다 보니, 어떤 목적이나 철학을 갖고 일하기보다는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하자"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인 발상으로 시장 논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대출금리, 수수료 등을 건드리고 있다"며 "금융권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도 정치권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할 땐 금융기관이라 말하고, 이자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때에는 금융산업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비판한다"며 "기관과 산업 사이에서 적정 수익, 적정한 사회공헌의 길을 찾아가는 게 참 쉽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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