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혁 대표이사 내정자 리더십이 관건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강덕수 STX 그룹 회장의 STX조선해양 대표 사임으로 STX의 인력ㆍ사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채권단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강 회장이 물러나면서 사업구조 개편이나 인력 감축 등 STX조선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STX조선은 9일 이사회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이사회 의장 격인 강 회장을 포함한 STX조선해양 이사진 7명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박 내정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STX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더불어 임원 인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STX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산업은행 측의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은 관계자는 "그동안 STX가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일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핵심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의 사업 전망성을 따진 뒤 알짜만 남기는 식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조직 내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하다. STX 임직원들이 외부 출신인 박 내정자를 얼마나 믿고 따를지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몸 담았던 대우조선과 STX조선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면서 "STX조선 임직원들이 박 대표를 얼마나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TX 노조도 앞서 "강 회장의 퇴진은 오히려 무책임한 처사"라며 "책임 추궁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정상화"라고 반발했다.
친정인 대우조선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해양플랜트 등의 기술을 취득한 고위 임원이 경쟁사의 대표 이사로 내정된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게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대우조선 노조 측은 "STX의 경쟁력과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상호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대우조선의 등기이사를 대표 이사로 선임할 것이 아니라 전문 경영인을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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