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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 송삼동 "너무 튀는 내 이름, 그래도 좋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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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 송삼동 "너무 튀는 내 이름, 그래도 좋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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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개똥이’(감독 김병준)의 주인공은 개똥이다. 그는 아직 존재할까 싶은 허름한 산동네에서 12년째 신발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얼룩진 기억이 남아있는 곳에서 홀로 살아가는 개똥이는 외부에 마음을 열지 않은 채 혼자 갇혀있다.

아무도 원치 않게 태어났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개똥이는 현대판 ‘원시인’과도 같다. 어느 날 입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선주가 찾아오고 개똥이는 그를 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개똥이의 또 다른 특징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덕분에 개똥이를 연기한 배우 송삼동 역시 영화 속 대사는 딱 두 마디 뿐이었다. ‘개똥이’의 개봉을 앞두고 송삼동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대사가 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말이 없다는 것도 매력 있었고, 제가 평소에 말을 잘 못해서 말 없는걸 하면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웃음) 개똥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요. 외적으로 대사가 없기 때문에 보여지는 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송삼동은 대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만들 거리가 많은 것이 장점이었다고 털어놨다. 헤어스타일이나 분장, 의상 그리고 연기적으로는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것들이 말 대신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 굳이 말을 안 해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데 말로 줄줄이 풀어내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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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하이’ 송삼동이 아니에요
독립영화는 폭력이 난무하고, 어둡고, 세다는 인식 역시 그는 깨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좀 센 게 먹히잖아요. 저는 안 그랬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폭력이 난무하고 인상 쓰고 욕하고 이런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연기에 있어서도 좀 절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는 평소 연기를 하면서 영화에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개똥이 얼굴 한 켠을 차지한 오타씨모반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전작인 ‘슈퍼스타’에서는 송삼동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엔딩장면도 변경됐다.

“영화에서 돈을 뿌리고 해운대 백사장을 달리다가 엎어지는 엔딩인데, 그건 제가 얘기해서 바뀐 거에요. 원래는 돈 뿌리고 달리는 장면이 없었거든요. 제가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셔서 바뀌게 된 거죠.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상대방의 마음이 열려있어야 가능한 얘기이기도 해요.”

사실 송삼동은 본인의 이름보다 드라마 ‘드림하이’ 속 김수현의 배역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어떤 이들은 그가 극중 김수현의 이름이었던 ‘송삼동’을 따서 쓰는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송삼동은 그의 본명이며 ‘드림하이’가 제작되기 전부터 그 이름으로 활동을 해 왔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어린 시절 ‘송사리’ ‘송아지’ ‘삼룡이’ 같은 별명도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너무 튀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것이 배우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개똥이' 송삼동 "너무 튀는 내 이름, 그래도 좋아"(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김병준 감독=개똥이

지난 2009년 노영석 감독의 영화 ‘낮술’로 유명세를 탄 그는 강렬한 독립영화에 종종 출연해 실제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송삼동은 “학창시절 평범했고 공부를 잘한 편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주변 사람들은 때때로 그를 ‘4차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스스로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지만, 가끔 엉뚱한 농담을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개똥이’를 연출한 김병준 감독은 언론 시사회 당시 자신의 어린 시절도 개똥이처럼 어두웠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송삼동은 김 감독 본인이 개똥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이 영화처럼 된 거 같아요. 자신만의 틀, 알을 깨고 나와서 둥지를 벗어나 날아보려는 새 같거든요. 감독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영화로서 표현하는 게 알을 깬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개똥이’를 통해 첫 장편 영화를 선보인 김병준 감독은 저예산과 10회 차에 불과한 촬영에도 불구, 짜임새 있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화제가 됐다. 송삼동은 감독을 ‘상업영화에서 꼭 필요한 감독’이라고 칭찬했다.

“연출하는 방식이 좋아요. 딱 필요만큼만 찍거든요. 상업영화에서 꼭 필요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죠. 자기가 필요한 지점, 분량만 나오면 오케이에요. 회차도 오히려 1회차를 줄였거든요. 독립영화에서 그런 거 거의 못봤어요.(웃음) 그래도 필요한 부분들은 다 나왔으니까 대단한 거죠. 아직은 신인이지만 더 갈고 닦으면 정말 큰 감독이 될 거 같아요.”

감독을 칭찬하며 환하게 웃던 송삼동.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연기 역시 반짝반짝 빛났노라고.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사진=정준영 기자 j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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