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무서운 건 성장 활력을 좀먹기 때문이다. 가계 빚이 늘면 이자와 원금을 갚느라 소비할 돈이 준다.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 경기는 더 나빠지고,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일자리와 투자를 줄인다. 그 사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가계 빚이 결국 가계 이전소득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1분기 가계 빚은 2009년 1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 7000억원 감소했지만, 이런 흐름은 불과 석 달 만에 뒤집혔다. 주춤하던 가계 빚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어 8분기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꾸준히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 가능성"을 언급해왔지만, 가계 빚 증가세 뒤엔 역설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다.
주택 정책은 정책이면서 정치라는 걸 보여준 단례다. 정부의 대책에선 '집값은 곧 민심'이라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달 28일 나올 전·월세 대책에도 집값이 오를 때 도입한 규제들을 대거 철폐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가계 빚을 관리하고, 집 값도 방어하면서 치솟는 전셋값을 잡을 대책'. 정부의 정책 방향은 헷갈린다. 그 사이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가계부채 위험도(148.7점)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54.4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장마에 폭염이 겹친 여름, 주택거래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통계는 새로울 것도 없다. 이사철을 앞둔 전세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정부를 향해 이름 밝히길 거부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고민을 해결하려면 시장에 정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 확실하게 교통정리부터 하는 게 순서라는 고언이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집이 '사는 것'인지 '사는 곳'인지 주택 정책의 지향점부터 정리해야 정책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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