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버치 맥그레인이 쓴 신간 '불멸의 이론'은 '베이즈 이론'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파란만장한 250여년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베이즈는 당초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를 증명하고자 이 이론을 만들었지만 결국 이렇다 할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스스로 이론을 사장시킨다. 후에 '베이즈 정리'가 이론화된 것은 18세기 후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의 손을 거치면서다. 라플라스는 지구과학, 천문학, 인구통계학 등 다양한 분야에 '베이즈 정리'를 응용해 지난 수 세기 동안 신의 뜻이나 우연의 일치로만 여겨졌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낸다.
'베이즈 이론'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 검진 분야를 들 수 있다. 1991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이 곳곳에서 발발하자 공포에 질린 대중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생물통계학자들은 베이즈 이론을 이용해 "흔치 않은 질병 하나를 위해 전체 인구를 모두 검사하는 것은 오히려 비생산적임"을 증명해냈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할 때도 공공연하게 베이지안적 접근법이 사용된다. '홍역에 걸린 사람에게는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가 아니라 '붉은 반점이 난 환자가 과연 홍역에 걸려있을 확률은 얼마인가?'를 살펴봐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경험에 기초한 '베이즈 이론'이 다른 어떠한 통계 이론보다도 유용할 수밖에 없다.
베이즈 이론이 경제 및 금융 분야와 결합했을 때의 파급력도 상당하다. 한때 최고의 수입을 올렸던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역시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과거 주가의 양상을 분석해서 그 상관관계에 따라 투자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1980년대 이후 베이즈 이론이 위험 관리를 계량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온갖 파생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마틴 펠드스타인이 2004년 한 이야기도 베이즈 이론에 힘을 실어준다. "펠드스타인은 베이즈 이론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거의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보다 높은 확률의 위험성보다 확률이 낮은 재앙의 위험성에 더 높은 가중치를 설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펠드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훌륭한 베이즈주의자라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자주 우산을 들고 외출할 것이다.'"
책의 제목을 '불멸의 이론'으로 정한 이유는 '베이즈 이론'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베이즈 이론의 초창기 시절, 통계학자들은 이 이론이 주관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배척했으며, 그 기간은 무려 150년이나 됐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무덤에 묻혔다가 부활하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베이지안'들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저자는 베이즈 이론의 250년 역사를 파헤치면서 이 이론의 제대로 된 첫 발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전한다.
(불멸의 이론 / 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음 / 이경식 옮김 / 휴먼사이언스 / 2만8000원)/ 2만8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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