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전도사들이 너절하게 퍼부은 말들이다. 그들은 근원적 진단보다는 청진기 한번 대보지 않고 열심히 처방전만 남발한 부류다. 그래서 분노나 화, 갈등, 피폐함, 좌절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오도시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이제 힐링은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피로감만 남긴 채 소멸 직전이다.
삶을 확장하다는데 몰입하거나 지나친 소비 의존, 세상의 물욕을 추구하는 대신 스스로 생산하고 나누고 조화를 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류의 숱한 지성들이 쌓아놓은 철학과 고전으로 귀의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는 현재의 나를 점검하는 일로부터 새로운 출발점을 삼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철학자 서정욱의 저술 '지금은 철학자를 만나야할 시간'은 허덕이는 현실에서 각자의 내면을 새롭게 탐구하기 위한 철학적 기행으로 이뤄져 있다. 철학자의 생활과 삶을 들여보는, 즉 '관음적 탐구'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삶에는 목표가 있다. 목표를 좀 더 품위있게 표현하면 관(觀)이다. 경영 목표가 경영관이 되고, 기업 목표가 기업관이 되는 것처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나아가 목표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자의 생활을 통해 철학에 접근하려고 시도한다. 화장하지 않은 여배우의 '민낯'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얼굴을 찾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철학자의 민낯을 생생히 공개해 그들도 삶에 지치고, 어느 때는 탐욕스럽게 명예를 추구한 인간 이었음을 드러낸다. 일례로 수학의 아버지 피타고라스는 자신이 '아이탈리데스'(제우스의 손자이며 헤르메스의 아들)의 환생이라고 믿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숭배를 강요하고, 심지어는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문을 품는 제자를 서슴없이 제거하고, 마치 종교집단처럼 비밀스런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을 알아주지 못 하는 세상을 원망하거나 명성, 유명세를 갖지 못해 무척 고독해 했다. 언제나 염세와 낙천 사이를 오가며 헤겔과 경쟁을 일삼았다. 근대적 교육론인 '에밀'의 저자 루소는 자녀 다섯을 모두 고아원에 버렸으며 자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 지도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된 내면을 지니고 있다. 위대한 철학자라해도 예외가 아니다.그러나 철학자들은 그런 모순속에서 자신의 이념을 다듬고, 정립해 다른 사람들이 인생을 계획하고 풀어가는 지침을 만들어준다. 이제 철학자를 만나러 길을 떠나봄 직 하다. <'지금은 철학자를 만나야할 시간'/서저욱 지음/팬덤북스 출간/값 1만4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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