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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FIFA랭킹이 그리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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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단 [사진=정재훈 기자]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단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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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축구대표팀이 8일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56위로 추락했다. 지난달 43위에서 무려 13계단이 떨어졌다. 한국이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건 2007년 7월(58위) 이후 6년 만이다.

참담한 성적표는 6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1승1무1패)과 7월 동아시안컵(2무1패)에서의 부진에서 비롯된다. 일본(37위)은 물론 호주(46위), 이란(52위)보다도 낮은 순위에 일각에서 '굴욕'까지 거론하는 형국이다.
FIFA는 1993년 8월부터 세계 랭킹을 집계했다. 회원국 사이 전력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필요했기 때문. 이후 1998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순위 산정 방식을 개편, 권위를 지켜나가려고 했다.

그럼에도 FIFA랭킹은 여전히 잡히는 고기보다 새나가는 것이 많은 그물이다. 한국의 순위는 둘째 치더라도, 내년 월드컵 우승후보 1순위 브라질(9위)이 콜롬비아(3위)나 크로아티아(8위)보다 낮은 순위란 점은 분명 쉽게 수렴되지 않는 대목이다. 심지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3위로 잉글랜드(14위)와 프랑스(23위)보다도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현 FIFA랭킹은 한 국가가 치른 모든 A매치 결과를 일정 방식에 따라 포인트로 환산, 책정하고 있다. 경기 결과에 따른 기본 점수는 승리 3점, 승부차기 승리 2점, 무승부 및 승부차기 패배 1점, 패배 0점이다. 여기에 경기 중요도(월드컵 본선 4점~평가전 1점), 상대팀 점수(200-상대팀 랭킹), 대륙별 계수(유럽·남미 1점, 북중미 0.88점, 아시아·아프리카 0.86점, 오세아니아 0.85점) 등 네 항목을 곱해 포인트를 산출한다.
최종순위는 한 팀의 최근 4년 간 합산 점수를 통해 매겨진다. 물론 오래된 경기일수록 그 비중은 작다. 가령 2013년 전적의 포인트는 그대로 인정하나 2012년은 0.5배, 2011년은 0.3배, 2010년은 0.2배로 그 값을 낮춘다. 최근 주요 대회에서 강호를 많이 꺾은 팀일수록 FIFA랭킹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 올해 치른 여덟 차례 A매치 성적은 2승3무3패다. 2월 크로아티아 원정 평가전을 제외한 모든 상대는 아시아 나라였다. 상대팀 점수 및 대륙별 계수에서 높은 포인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어진 동아시안컵에서도 홍명보 신임감독은 성적보다 실험에 무게를 뒀다. 최근 1년간 쌓은 랭킹 포인트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대표팀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대표팀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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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지난달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스페인을 꺾는 등 전승 우승을 거두며 한 자리 수(9위) 순위에 복귀했으나, 몇 달 전만 해도 20위권 밖이었다. 그들의 순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브라질은 내년 열리는 월드컵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한다. 다른 나라들이 월드컵 예선을 거치는 동안 평가전만 치르는 셈이다. 평가전의 중요도는 1점으로 월드컵 예선(2.5점)의 40% 수준이다. 많은 랭킹 포인트를 쌓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더구나 강세를 띄는 유럽의 나라들은 지난해 월드컵 예선은 물론 유로 2012(중요도 3점)와 같은 굵직한 대회에 참가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그 대표적인 수혜 나라다. 지난해 초만 해도 30위권 안팎을 오갔으나 어느덧 13위까지 올라왔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 편성을 받아 무패(5승1무) 가도를 달린 덕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2012년 이후 얻은 랭킹 포인트는 833.63점이다. 브라질(812.86점)은 물론 포르투갈(804.28점), 잉글랜드(702.16점)보다도 많다.

축구는 작은 변수에도 이변이 발생하는 종목이다. 경기 내용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잦다. 미시적인 경기 결과로 거시적 전력을 수치화한다는 건 분명한 무리다. 따라서 FIFA랭킹은 보조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FIFA랭킹을 근거로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 쿼터 축소 등이 논의됐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선전하고 아프리카 나라들이 부진하면서 얘기는 쏙 들어갔다.

FIFA랭킹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다. 특히 한국에게 중요한 건 홍 감독의 말대로 월드컵 본선이다.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과정에서 헐겁게 수치화한 순위 등락폭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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