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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두번의 결단이 SK하이닉스 '서프라이즈'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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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인수, 그리고 엘피다 인수 포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SK하이닉스가 반도체 치킨게임의 달콤한 과실을 한입 가득 물고 나섰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스마트폰 시장 호황이 이어지는 등 외부적인 여건도 한몫했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번에 걸친 결단과 믿음이 SK하이닉스의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0년 2분기 단 한번이었다.
당시 영업이익은 1조16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 2010년 2분기 정점을 찍은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까지 말 그대로 내리막이었다. 2010년 3분기 9240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같은해 4분기 2940억원까지 수직 하락했다.

2011년 3분기 부터는 대규모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반도체 시장의 시황이 나빠지면서 직전 분기(2011년 2분기) 4410억원의 흑자를 내던 회사가 2910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것도 이 시기다. 반도체 시장은 언젠가 다시 호황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언제가 될지, SK하이닉스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던 때였다.

SK그룹 경영진 상당수도 최 회장을 말렸다. 인수 주체인 SK텔레콤까지 망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이 인수 결정을 내린 뒤 1개월 후 SK하이닉스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또다시 10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인 2월 청주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스킨십 경영을 강화했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잘못된 인수라는 평도 있었지만 꾸준한 관심과 의지를 보이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 역시 SK하이닉스에겐 녹록치 않았다. 1분기에 264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률은 0%, 헛장사를 한 셈이었다.

때마침 일본의 엘피다가 파산 선고를 한 뒤 매물로 등장했다. 최 회장은 엘피다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할 경우 세계 2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종 입찰에서 최 회장은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돌연 인수를 포기했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할때만 해도 경영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강행했던 최 회장은 엘피다 인수와 관련해선 경영진들의 말대로 최종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자생력을 믿고 엘피다 인수 보다는 SK하이닉스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최 회장의 두번의 선택은 옳았다. SK하이닉스는 명확한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분기 1조원의 영업이익은 SK그룹에 인수된 뒤 2012년 연간 적자 2280억원을 만회하고도 한참 남는 수치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적기 투자를 단행한 덕에 기술 경쟁력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오는 3분기 출시할 자체 콘트롤러 칩셋을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역시 SK하이닉스의 전략적 투자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6월 미국의 콘트롤러 업체 LAMD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2820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인수를 성공리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최근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들이 너나 할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SSD 시장은 낸드플래시 외에도 콘트롤러 칩셋의 성능에 따라 속도 및 성능이 결정된다. 현재 콘트롤러를 자체 제작해 SSD를 생산하는 업체는 인텔, 삼성전자 정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분기 1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 급등 등 외부적인 요인이 많지만 SSD 시장을 겨냥하고 조기투자를 단행한 점 등은 3분기 이후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보탬이 됐다"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투자를 결정한 최 회장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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