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곤경에 빠진 유학파 중국인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하이구이(海龜ㆍ바다거북)'가 '하이다이(海帶ㆍ다시마)' 신세로 전락했다." 이는 중국 본토로 돌아온 해외 유학파 인재가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취직도 못하고 놀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에서 돌아온 유학파 중국인들이 최악의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아예 돌아올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학파는 중국의 국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계층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창업자 리옌훙(李彦宏),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의 리산치(李三琦) 통신장비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하이구이가 급감했다.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세계화연구소 주임은 "1978년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에서 총 260만명이 유학을 떠났으나 지금까지 110만명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유학파의 본국 회귀율은 50~60%에 이른다. 절반이 되지 않는 중국 유학파의 회귀율은 턱없이 낮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학파가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중국에서 이들에 대한 대접이 시들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주재 외국계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매출이 둔화한 요즘 유학파 중국인의 월급은 국내파와 별 차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성적이 우수한 인재들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진 지금 중국에 유학 붐이 불면서 유학파의 실력은 전만 못하다. 게다가 최근 서방 국가들의 경기불황으로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지 못한 것도 이들의 수준 하향에 한몫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중국의 고용시장,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유학파가 이해하기 힘든 내수산업이 최근 급성장한 것도 유학파가 기를 못 펴는 또 다른 원인이다.

유학파가 취업해 임원 자리에 앉아도 부하 직원을 잘 통솔하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상사나 고객이 원하면 무조건 행동에 나서는 중국의 기업문화와 달리 유학파는 해외에서나 통하는 윤리, 도덕, 투명성, 실력우선주의 운운하며 동료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기관인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학생 가운데 92%가 졸업 후 5년째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인도(81%)ㆍ한국(41%)ㆍ멕시코(21%) 학생들보다 높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해외 인재 유치 프로젝트인 '천인(千人) 계획' 아래 해외 고급 두뇌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홍콩과학기술대학의 데이비드 즈웨이그 교수는 "중국 정부가 유학파를 데려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본적인 개혁으로 고질적인 사회 분위기 타파에 나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