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사후 분석을 통해 경기 중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에 대한 징계를 감면했다. 성남일화 수비수 임채민에게 내려진 조치다. 이례적인 판정 번복이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의 공정성 여부엔 물음표가 달린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동영상을 분석해 임채민의 퇴장으로 부과된 출전정지(2경기), 벌과금(120만원), 팀 벌점(10점)을 감면한다고 10일 발표했다. 해당경기는 지난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성남일화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다.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임채민은 0-1로 뒤진 전반 27분 성남 미드필드 진영 오른쪽에서 몰리나(서울)의 드리블 돌파를 방해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명백한 득점기회를 가로막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결정은 올 시즌 사후 분석 심의제도를 도입한 뒤 나온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지만 알맹이가 빠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연맹이 사실상 오심을 자인한 상황에서 해당 심판에 대한 제재는 언급하지 않은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발생한 손실은 고스란히 패자의 몫으로 귀결됐다. 성남은 임채민의 퇴장 이후 수적 열세에 고전하며 0-3으로 패했다. 선수단의 추격의지를 꺾은 섣부른 판정에 승부가 갈린 셈이다. 허탈한 표정으로 벤치를 지킨 안익수 감독은 결국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할 말이 없다"라는 이유를 전했다. 연맹 경기규정 36조 4항에 의거, 인터뷰 불참으로 인한 제재금(50만 원)이 불가피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축구는 그동안 잦은 판정 시비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권위를 비교적 엄격하게 유지해왔다. 경기 중 코칭스태프나 선수가 이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경우 즉시 퇴장은 물론 무거운 벌금을 감수해야한다.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판정에 대해 언급하면 최소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반면 오심 논란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해묵은 수식어로 포장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 분석 제도는 일견 긍정적인 변화로 비춰질만하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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