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여성주간이었다. 정부는 여성발전기본법에 의해 1996년부터 매년 7월1~7일 일주일을 남녀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여성주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에 국가나 지자체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경제활동에서 실질적 남녀평등을 촉진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하지만 여성주간을 알거나 그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성주간과 관련해 언론에 나오는 기사는 정부나 지자체 행사 소식이 대부분이다.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여성주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건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차이가 더 크다. 10대 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의 비율은 20.3%에 불과하다. 역할의 중요성 측면에서 보면 2013년 2월 기준 100대 기업 임원 약 6000명 중에서 여성 임원은 고작 114명이다.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는 여성이 경제활동에서 양적, 질적으로 상당히 열세에 있음을 보여 주는 불균등 지표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수치 이면에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여성 경제활동의 성장 추세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처음 남성을 앞선 이후 계속 우위를 보이고 있다. 초ㆍ중ㆍ고 교사는 여성이 58%로 이미 남성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고, 국가공무원 비율도 여성이 48%를 차지하며, 새로 유입되는 인원은 여성이 더 많다. 전문직 취업 비율도 여성 21.6%, 남성 21.1%로 처음으로 역전되었다. 임금도 매년 격차를 줄이고 있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수가 이제 갓 100명을 넘겼지만 앞으로 여성 임원 수 증가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전, 100대 기업에 고작 최초의 여성 차장이 나왔다면, 지금은 엄청난 수의 실력 있는 여성 차장, 부장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경영자 몇 명과 여성인력 얘기를 나눴다. 어려운 경영상황을 돌파하는 데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경험해 보니, 여성에 대해 의리가 없다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했다. 나아가 여성의 섬세함과 감성능력이 영업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여성에 대한 시각 변화는 여성이 갑자기 생물학적으로 우성으로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다. 남성이 열성으로 퇴화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권위문화가 수평문화로, 통제문화가 창조문화로, 경쟁문화가 협력문화로 바뀌면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정상적인 환경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내년에도 여성주간 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여성주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여성우대가 아니다. 여성이 정상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영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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