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는 요즘 소화불량으로 고통 받고 있다. 세계 철강 생산량은 지난해 1.2% 증가한 15억5000만t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저성장으로 쏟아지는 철강을 소화해낼 곳이 없다. 지난해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 과잉량은 5억4000만t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 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는 "철강 가격 상승을 원치 않는 중국 정부가 과잉생산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지방정부조차 현지 고용시장 활성화와 세수 확대 차원에서 제련소 증설을 용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과잉 생산된 철강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수출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앞으로 수년 동안 연간 3000만~5000만t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7억5000만t이다. 따라서 수출 비중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통 철강 수출 강국인 일본ㆍ한국ㆍ우크라이나ㆍ러시아보다 수출량이 많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세계 철강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해 철강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중국이다.
유럽도 생산량을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르 미탈은 올해 들어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부 공장 폐쇄까지 계획했다. 그러나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고 철강산업 기반이 약화할 것으로 우려되자 유럽연합(EU)의 반대에 부닥쳤다.
세계 철강업계는 과잉 생산뿐 아니라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도 함께 겪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수출에 적극 뛰어들면서 철강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는 결국 철강업계의 마진 축소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 글로벌 철광석 가격 결정 시스템이 연간 고정 가격 계약에서 단기 계약으로 바뀌어 현물 시세 변동에 더 민감해졌다.
올해 하반기에도 철강 경기는 살아나기 힘들 것 같다. 미국 철강업체 그랜드스틸의 제임스 바네트 사장은 "올해 4분기 철강 가격이 t당 6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