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에도 실적 악화·구조조정 칼바람
애널리스트 퇴출 더 늘고 리서치센터장까지 정리해고
운용사도 조기출근, 회의 늘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주상돈 기자]여의도 증권가의 올 여름 분위기가 흉흉하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감원, 지점 축소, 감봉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영여건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금융투자회사 대부분이 '위기경영'을 강화하자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증권사 지점이다.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면서 각종 적립식펀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S증권사의 경우 사내 인트라넷에 실적우수사원의 성과를 올리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지점장과 면담을 해야 될 정도다. 이 증권사 직원은 "거래가 안되는 상황인데도 고객유치를 잘하는 직원들에겐 차별적으로 보상하겠다는 상사의 말을 들을 때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솔직히 투자자들도 수익을 봐야 지속적으로 거래를 할텐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보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직원들만 죽어난다"고 털어놨다.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 역시 실적압박을 받고 있다. I증권사는 실적이 부진한 지점의 PB들을 모두 본사로 불러들여 일명 '실적부진PB부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명목은 실적 부진 PB들을 재교육해 실적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자진 퇴사하거나 이 부서에 포함되지 않도록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용 카드로 해석된다"면서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아직 현실화되고 있진 못하지만 이같은 일들이 사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는 자산운용업계 직원들의 근무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아침에 20분 앞당겨 출근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고 하루종일 '성과분석회의', '신상품개발회의' 등 각종 회의에 불려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H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200억~300억원 정도 되는 판매사일 경우에만 직접 가서 프리젠테이션이나 경제전망 분석을 했는데 지금은 50억원 수준만 되도 '어서옵쇼'하고 달려나간다"고 투덜댔다.
한 증권사 재무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을 시작했고 예산을 20%씩 절감하고 있다. 광고마케팅비용도 마찬가지다"면서 "증권업계의 업황 부진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 비용절감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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