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대원칙으로 천명해 놓은 상황에서 공약 내용 그대로 기초연금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려워졌다. 노동자ㆍ농민단체에서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애초 공약이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절충안 논의에 참여해 왔다. 그 결과 소득 상위 20~30%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와 경제계 쪽이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했다면 논의가 사회적 합의를 향해 더 진전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나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 기초연금이 복지제도의 근간인 국민연금 제도를 건드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신중한 자세로 기초연금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국민연금 제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민행복연금위에서 유력한 안으로 떠오른 '국민연금 균등몫 반비례안'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다. 이는 균등몫이 20만원에서 미달하는 차액만큼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재정에 주는 부담은 가장 작지만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를 중심으로 불만을 불러올 소지는 가장 크다.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 제시안에 얽매여 경직된 결정을 내리지 않기 바란다. 사회적 합의는 무산됐더라도 가급적 많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