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
정지윤은 맑고 유쾌하다. 아주 솔직하며 꾸밈이 없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찰랑거리는 호수 같다. 지난해 영화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에서 최다니엘의 아내 역을 맡아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고, 현재 종합편성채널 JTBC ‘가시꽃’을 통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가시꽃’에서 그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자라난 천수지 역을 맡았다. 수지는 성안의 공주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고 사회 경험을 하지도 못했다. 집안의 과보호로 많은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혁민(강경준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세미(장신영 분)에 혹해 수지를 버린다. 그럼에도 수지는 변함없는 외길 사랑을 보여준다.
“장신영씨는 상대를 피곤하게 하지 않고 딱 자기 할 일을 하는 프로 같은 느낌이 강해요. 6개월 동안 작업하면서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천천히 친해졌는데 연기론적인 걸 많이 가르쳐주고 가식이 없어요. 자기관리도 잘하고요. 그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강경준씨는 장난꾸러기 기질이 많아요. 처음 드라마에 적응할 때 도움을 많이 줬죠. 초반에 붙는 신이 많았는데 제 단단한 벽을 깨줬어요. 스태프들한테 먼저 마음을 여는 법도 알려주고 대본 분석 하는 방법이나 자기 관리, 마인드 컨트롤, 자기캐릭터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죠. 참 고마운 선배님이에요.”
덕분에 정지윤은 낯선 드라마 현장에서 조금은 편안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지치고 힘들 법도 하지만 배우는 점이 더 많다. 또래들과 함께 하기에 아침 전체 리허설 때 한 명이 다운되면 한 명이 가서 업 해주며 서로 돕는다.
상대배우 복이 있다며 웃던 정지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도 몸소 느꼈다. 시간이 없는 만큼 배우도 스태프도 정신없이 자기 할 일에 매진해야 한다. 대본이 일찌감치 나오지 않는 만큼 받자마자 무조건 달달 외우기 바쁘다.
“드라마는 다음 신으로 넘어갈 때 FD가 ‘옷갈!’이라고 외쳐요. ‘옷 갈아입어라’라는 뜻인데, 그마저도 줄여서 말할 만큼 시간이 없는 거죠. 드라마는 순발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든 오늘 분량은 찍어야 하고, 촬영에 열중하다보면 내일이 돼서 집으로 이동하는 제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 많이 익숙해 졌죠.”
정지윤은 지상파 드라마와 종편 드라마의 차이는 ‘시청률’ 외에는 크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단지 일일드라마 이다보니 다루는 내용의 깊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활드라마인 만큼 미니시리즈처럼 깊이 다루기 힘들고, 등장인물이 많다보니 인물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이 힘든 것 같단다.
“작품 하면서 저를 많이 알아가고 있어요. 제 성향을 많이 알아가는 거 같아요. 그리고 뭔가 촬영세트도 익숙해졌는데 이제 일곱 번, 여섯 번 남았다는 말을 들으니까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는 천수지의 지고지순한 사랑처럼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구질구질하고 자존심 상하니까 그냥 보내주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서 아파보고 싶은 판타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상형은 편안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끝나면 정지윤표 ‘비포 선라이즈’ 찍으러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웃음)”
끝으로 정지윤은 차기작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제가 좀 엉뚱한 캐릭터에요. 블랙코미디(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의 하위 장르)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전작에서 슬프고 아프고 못된 역할을 했고 CF에선 웃겼으니, 그걸 전부 포함한 연기를 시트콤에서 펼쳐보고 싶어요.”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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