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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게 축적된 역사..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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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5역 모노드라마..남명렬, 지현준 두 배우 캐스팅

한 인간에게 축적된 역사..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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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검정 원피스 차림에 까만 두건을 쓴 남자가 무대 중앙에 나타난다. 목에 걸린 하얀 진주 목걸이가 반짝 빛난다. 남자의 다소곳하면서도 우아한 몸짓과 손끝이 눈에 박히는 순간, 콧소리가 잔뜩 들어간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남자가 말을 건넨다. 순간 의심이 든다. 이 남자, 아니 여자, 아니 남자는 정체가 무엇일까.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여장남자 '샤로테'의 삶을 보여주는 모노드라마이다. 배우 1명이 1인 35역을 연기한다.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 오비상 등을 휩쓴 작품으로 국내에는 이번에 첫 선을 보였다. 작품의 주 무대는 독일. 나치 치하에서부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거치는 일련의 시대상황이 '샤로테'의 삶을 차례차례로 관통한다.
미국에서 게이로 살아가던 작가 '더그'는 독일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존'에게서 '샤로테'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동베를린 출신의 '샤로테'는 히틀러의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여장남자다. 측음기, 시계, 가구 등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샤로테는 베를린 말스도르프에 '그륀더짜이트'라는 박물관을 만든다. 호기심에 박물관을 방문한 '더그'는 이내 그(그녀)의 삶에 매혹된다. 샤로테의 삶을 연극으로 만들려는 더그는 그(그녀)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고, 잊혀졌던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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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그, 존, 샤로테 등은 모두 한 배우가 맡았다. 35명의 인물 모두가 각자의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본다. 배우는 말투와 걸음걸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35명의 인물을 차별화시킨다. 남명렬, 지현준 두 배우가 캐스팅됐는데, 남명렬은 50대 기자 '더그'의 입장에서, 지현준은 30대 '샤로테'의 입장에서 주로 연기하기 때문에 배우에 따라 작품의 인상도 달라진다. 강량원 연출가는 "이 연극의 주인공은 여장 남자이다.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혹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 수많은 사람으로 변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실제적인 은유"라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것은 연극의 사실상 주인공인 '샤로테'가 실제 인물이라는 점이다. 1928년부터 2002년까지 역사의 격변기를 살다간 이 인물이 성적 소수자로 어떻게 나치시대와 동독 치하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는지 그 속내를 파헤쳐보면 타협과 배신, 전쟁과 죽음, 냉대와 도피 등 파란만장한 굴곡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한 사람의 생을 훑어 내려가며 질문한다. 한 인간에게 축적되는 역사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두산아트센터. 6월29일까지.)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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