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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지하경제 양성화와 '세무조사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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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난 요즘 부자나 자영업자, 임대소득자, 전문직업인 사이에서는 삼삼오오 자리에 모이면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된 세무조사 괴담(怪談)이 오간다.

"세무조사 때문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네." 누군가 이렇게 말을 꺼내면 "누구는 세무서에서 일도 없이 불러서 5월 말 종소세 신고 철저하게 하라고 겁을 줬다더라" "누구는 시집 안 간 딸이 취직을 해서 몇 년간 열심히 번 돈을 모아 독립하려고 집을 샀는데 딸이 집에서 먹고 자고 한 것까지 전부 증여로 간주해 세금이 왕창 나왔다더라" "남편이 부인에게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 쓰라고 통장 맡기는 것도 앞으로는 부부 간 증여로 보고 세무조사 들어온다더라" 등등 확인할 길 없는 얘기들이 오간다. 마지막으로는 예외 없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 "세무공화국이야? 이러면 누가 장사하겠어?"
실제로 마른걸레 쥐어짜듯 세무조사가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성장 잠재력 확충과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연간 4조5000억원의 추가 세수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큰 무리가 아니면 그냥 넘어가 주던 일들을 세무 당국이 참빗으로 머리 빗듯 모조리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올리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세무조사의 범위가 이처럼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되면 반드시 온갖 종류의 '괴담'을 양산하기 마련이고 빠르게 확산되는 괴담이 불러오는 은밀한 조세 저항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명목적 조세 저항보다 동태적으로 훨씬 클 수 있다. 지하경제도 엄연히 돈을 돌게 만드는 하나의 축인데 올스톱되면 그 여파로 예상치 못한 파장이 경제에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고소득층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돈을 숨기는 '돈맥경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입증할 수 있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 고액권 발행 잔액이 올 들어 4개월간 3조7634억원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저기서 '골드바(금괴)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고 백화점의 개인금고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을 종합해 보면 '부자들이 재산을 5만원 고액권이나 금괴로 바꿔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돈이 장롱 속으로 퇴장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풀고 한은이 금리를 낮춰도 돈이라는 윤활유를 통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제는 위축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는 서슬 퍼런 정권 초기 6개월이나 1년 정도만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더 길어지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고 무엇보다 중간에 선거라도 있으면 슬그머니 중단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세무 당국이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증세라는 선택이 정 내키지 않는다면 원칙 없이 난립하고 있는 각종 조세 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정비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세 감면은 그때그때의 정책적 필요나 해당 업계의 읍소, 정치적 영향력과 로비 등으로 복마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차제에 각종 조세 감면에 대해 국회와 정부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평가를 통해 조세 감면 목적의 정당성과 결과의 효율성을 잘 따져 보고 세수 손실 규모 등을 추정하여 비용-편익 분석을 통한 정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세 감면 재편도 적지 않은 저항이 있겠지만 세수 증가와 함께 적어도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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