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장소서 스카우트 만나 귀갓길 동행
신청자 뒤따르며 신변보호… 호루라기·경광봉 휴대
밤 10시~새벽 1시, ‘120’·‘구청상황실’로 신청
시행 초 신청자 다소 ↓… 홍보 병행키로
▲ 서울시가 이번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심야시간(밤 10시~새벽 1시) 여성들의 귀가를 동행 지원하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를 운영한다. 사진은 지난 5일 밤 신청자 김주리(37, 마포구 합정동) 씨의 귀갓길을 두 명의 스카우트들이 동행하는 모습.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난 5일 밤 11시 서울 마포구 합정역 8번출구 앞. 귀가를 서두르는 발길 사이로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두 사람이 아이의 손을 잡은 한 여성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안심귀가’ 신청하신 김주리(37·여) 씨 맞으시죠?”. 잠시 경계하는 듯한 모습의 여성은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양화대교 방면으로 걸으며 진입한 거리에는 별다른 행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거리 양쪽을 채운 점포들의 네온사인이 왕복 2차선 거리를 밝힌다. 간간이 라이트를 켠 차량이 오가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이 보이는 전부다. 뒤를 따르는 스카우트와 신청자 사이에도 주고받는 대화는 드물다. 신청자가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귀가 중 대화는 최소화하는 게 근무수칙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엄마 옆에서 종종걸음을 한 개구쟁이 꼬마가 한 번씩 장난어린 몸짓을 보이지만 이내 일행과 발을 맞춘다. 주택가 사이로 취기가 담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거리를 지나는 모자(母子)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따른다.
그렇게 네 사람이 귀갓길을 동행한 시간은 15분여. 집 앞에 발걸음을 멈춘 김 씨가 “다 왔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조심히 들어가시고 주민들께도 안심귀가 서비스 소개를 부탁드릴께요”라며 작별을 고한 스카우트들은 잠시 집 앞에 머물며 신청자의 귀가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귀가지원은 마쳤지만 이들의 임무가 끝난 건 아니다. 한 조를 이룬 정희석(42·남)·박홍려(66·여) 씨는 곧장 담당구역 내 순찰을 위해 걸음을 옮긴다.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곳에는 어김 없이 손전등을 비춰 경계한다. 학교와 공사장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만한 곳에선 발걸음을 늦추며 살핀다. 어둠 속 거리 곳곳이 순찰의 사각지대인 만큼 주변을 세심히 살피는 것 역시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다.
사흘 째 근무를 마무리하며 정 씨는 “이 일대 대부분이 좁은 주택가다 보니 우범지대 역시 적지 않다”며 “귀가를 지원하고 순찰을 돌면서 주민민원을 받아 구청에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오는 11월까지 계속된다. 15개 시범자치구(종로구·중구·성동구·광진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강서구·영등포구·동작구·관악구·강동구)에 30~40명씩 배치돼 활동 중인 총 495명 스카우트들은 여성들의 안전귀가 지원과 주변지역 순찰 임무를 부여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서비스 이용시간은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주중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120 다산콜센터’나 거주지 ‘자치구 상황실’로 신청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6개월간의 시범운영 이후 성과 및 시민호응도 등을 종합해 향후 대상지역과 투입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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