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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규제 1년](하)共用포인트 도입, 마트 골목 다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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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시장에 사람들 발길 줄어든 지는 오래 됐지. 내가 여기서 30년 넘게 나물 팔고 있는데 요즘처럼 장사 안 되는 때가 없었어. 대형마트 일요일마다 쉰다고 해도 별로 소용이 없어. 원래 오는 사람들만 시장에 오니까 안 오는 사람들은 안 오지. 마트에서 하루 장 못 봤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시장으로 몰려오겠어? 무조건 대형마트 쉰다고 어디 답이 나오나. 경기가 좋아져서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가장 좋은 거지. 대형마트 다니는 사람들도 같이 잘 돼야지.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인데."

30일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만난 장영숙(가명ㆍ여ㆍ72)씨는 이곳에서 38년째 나물 및 채소류를 판매하고 있다. 장씨를 포함한 경동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20~30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다.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날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 상인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을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경동시장은 주변에 롯데마트 청량리점, 홈플러스 동대문점 등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다.
경동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고 있는 김정미(가명ㆍ여ㆍ60)씨는 "시장 상인들도 쉬어야 하니까 일요일에 문을 겹치게 닫다 보니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 하고 있다"며 "20년 넘게 시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바로는 시장 오는 사람들 자체가 매년 줄어들어서 그런 거지 대형마트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에게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더 이상 실효성 있는 정책이 아니다. 지난해 도입 초기 전통시장 매출이 반짝 상승했으나 그 효과가 한계치에 달했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말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매출 상승 보다는 전반적으로 시장에 오는 사람 수가 줄어 매출이 감소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결국 오는 사람만 여전히 시장을 찾는다는 얘기다.

마포구 공덕시장 관계자는 "마포 일대 상권 회전률이 높아졌는데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이후 그 주변 상권이 다 죽어서 그런 것으로 본다"며 "주말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다들 문을 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보다 지금이 더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형마트 휴업과 전통시장 매출간 상관관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전통시장 5일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가 쉬도록 하고,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롯데백화점 내 '전통시장 유명 맛집 특별 초청전'도 열었다.

이 같은 협약 체결은 대기업의 이미지 상승효과와 함께 지역 사회도 발전시키는 장점이 있다. 일본 나가노현 이와무라다 상점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을 위한 공동 포인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형마트 포인트 카드로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전통시장 포인트는 물론 대형마트 포인트 까지 쌓인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면 대형마트 포인트만 쌓이게 된다. 적립된 금액은 아무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도록 판매 장려를 하는 것이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시장만의 경쟁력과 상인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대형마트가 가질 수 없는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상인 스스로가 독창적인 제품 개발이나 홍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임해 시장 상인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첨언했다. 또한 그는 "대형마트 등도 전통시장과의 우호적 관계형성을 위해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결국 당사자 간의 양보와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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