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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김상경 “엄정화에 스포트라이트? 서운하지 않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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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김상경 “엄정화에 스포트라이트? 서운하지 않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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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몽타주’ 언론배급시사회가 있던 날, 주연배우 김상경은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 이후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그의 얼굴은 부어있었고, 눈가는 붉었다. 배우가 본인이 등장한 영화를 보고 우는 일은 분명히 흔치는 않다. 하지만 김상경은 “엄정화의 연기에 너무 놀랐다. 감독의 연출과 편집 역시 환상적이었다. 완성본은 책(시나리오)보다 훨씬 좋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상경은 시사회 당시에 비해서는 한층 안정돼 있었다. 그 날의 일을 얘기하자 “너무 창피하다”며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볼 때가 더 좋았다. 사실 그는 스릴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르고 피 나오는 잔인한 영화를 싫어해요. 공포영화도 안 보고 귀신영화는 더 싫고요.(웃음) 저는 실화를 좋아해요. ‘몽타주’는 영화가 영화다워서 좋았어요. 오랜만에 너무 좋은 영화가 나온 거 같아요. 사실 전 아이 유괴나 이런 내용을 안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영화적인 짜임새가 좋고 아이를 잔인하게 다루는 장면이 없어서 괜찮았어요.”

김상경은 이날 역시 상대역 엄정화의 연기를 극찬했다. “연기를 너무 잘하지 않았냐”며 재차 되물었다. 오열 신에서는 소름이 돋았단다. 그 때 감독이 사운드를 오프(off)시킨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독에 대해 “무서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정근섭 감독은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는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연출력을 선보였다.
‘몽타주’ 김상경 “엄정화에 스포트라이트? 서운하지 않아”(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김상경은 과거 ‘살인의 추억’에서 치열하게 범인을 쫓는 형사 역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몽타주’에서 그때의 사건을 해결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이러려고 그동안 형사 역을 안했나 싶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몽타주’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타워’ 촬영이 한창일 때였다. 감독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이후 시나리오를 보는데 짜임새가 너무 좋더란다. 신인 감독이 이렇게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그려낼지 걱정도 됐다. 감독은 현장에서도 큰소리 한 번 안내고 일에 열중했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 정말 놀랐죠. 이 정도면 괴물급 감독의 탄생이에요. 술자리에서 감독한테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하다’고 말했어요. 제가 볼 때 올해 신인감독상은 따 놓은 당상이에요.”

언론과 평단의 호평 세례가 이어진 후 개봉한 ‘몽타주’는 한국 영화 중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가 성공한 데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배우, 스태프들의 아름다운 호흡이 함께 작용했다. 배우의 입장에서 다 같이 고생했는데 상대역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 조금 서운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상경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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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덕목은 전체에서의 쓰임이에요. 어느 배우는 자기 역할을 잘 해내는 게 아니라 욕심을 부려서 다른 배우를 잡아서 이기려는 사람이 있어요. 함께 연기를 할 때는 충분히 상대를 빛나보이게 할 수 있는 거고, 자기가 돋보이지 않을 때는 죽어 줘야하는 게 맞죠. 그게 연기의 밸런스(balance)에요.”

연기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힌 김상경은 이 영화로 인해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년에 실종아동이 만 천 여명에 달했다는 사실도 ‘몽타주’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 아이를 둔 아빠라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아이 없으시죠? 결혼해서 자기 아들이 없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미칠 거 같을 거예요. 실제로는 아마 영화의 열 배 정도 아프지 않을까요? 저는 영화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화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끝으로 그는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를 보면 공소시효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죠. 공소시효가 존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극중에서 ‘범인이 반성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는 말이 나와요.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는 절대 용서를 못 하는 일이거든요. 공소시효는 정말이지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유수경 기자 uu84@
사진=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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