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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칠십에 365일, 야간당직서고 월 72만원 받는 '늙은 올빼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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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갇힌 노인들..학교장, 용역업체 검찰 고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연휴나 주말, 명절이 더 싫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학교에 없는 시간 동안 학교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에 이번 부처님오신날 황금 연휴에도 내내 학교에 있었다. 연휴 전날인 16일 오후 4시30분에 출근해서 20일 월요일 아침 8시30분에 퇴근했으니 총 88시간이 넘게 학교 경비를 섰다. 오는 추석에는 연휴 앞뒤로 해서 거의 일주일을 홀로 학교에 있어야 한다. 추석이 두렵다."

경비원 이 모(71) 씨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8년째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이 씨의 출근 시간은 오후 4시30분, 퇴근은 다음 날 오전 8시30분이다. 주말이나 연휴가 끼어 있으면 하루고 이틀이고 홀로 학교를 지켜야 한다. 밤새 학교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서 처리해야 하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내내 CCTV를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일해서 이 씨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72만원. 실질적으로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근무하지만 계약서에는 당직실에서 자는 시간을 뺀 '평일 4시간, 휴일 6시간'만 일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다른 당직기사 김 모(70) 씨는 "다들 야간근무를 선다고 하면 밤에 잠을 잘 수 있어 일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벽에 눈을 붙였다가도 전화가 오거나 도난방지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아 꼬박 밤을 새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고용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아파트 경비원들과 비교해봐도 더욱 열악한 사정이 드러난다. 아파트 경비원도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2교대 근무라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월 평균 임금(지난 해 기준)도 140만원으로, 학교 야간당직기사들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학교 야간당직기사들이 가장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2교대 근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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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같은 학교 야간당직기사 20여명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 평균 나이 70세인 이들은 이 자리에서 '2교대 실시'와 '최저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지역 학교장 20명과 용역회사 10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동법상 '감시적노동자(수위)'로 분류되는 학교 야간당직기사들이 감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년 동안 단 하루 휴일도 없이 평일 16시간, 휴일 24시간, 월 570여 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씨는 "내 나이 칠십에 가족과 떨어져 하루도 빠짐없이 바깥에서 기숙을 하니까 보통 처량한 게 아니다. 100세 시대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우리와 같은 일을 겪겠는가.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노동 조건은 바뀌어야 한다. 다만 격일제로라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내 인생을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소연했다.

배동산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은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당직기사의 월급도 올라야 하지만 용역회사에서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의로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동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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