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사한 기운의 발원지는 역시 더없이 고운 신부였다. 듣자 하니 신부는 직장의 상사로부터 "이미 충분히 예쁘니 더 이상 예뻐지면 안 된다"는 엄한 당부를 들었지만 이를 어기고 너무도 눈부신 자태를 보여 신랑과 하객의 눈을 멀게 하고 말았다.
신선한 것을 넘어 도발적인 순간은 신랑 친구가 축가를 부를 때였는데 그가 선곡한 곡은 뜬금없게도 '화개장터'라는 곡이었다.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부르게 마련인 결혼식에서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의 풍경을 얘기하는 노래라니, 하객들 사이에서는 이 파격적인 선곡에 폭소를 보내는 한편 짓궂다는 생각도 했던 듯하다. 그러나 실은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 출신이 반려로 만난 '쉽지 않은' 인연에 대한 축하와 걱정이 함께 묻어 있는 노래였으니, 나는 그제서야 신부가 부산 출신임이 생각났다.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신부와 신랑의 만남이 음과 양으로 서로에게 끌린 것이듯, 출신과 말투가 다른 이들이 서로 섞이고 어울릴 때 그 만남이야말로 참으로 보기에 좋은 것이라는 것, 사람들이 그 순수한 교감을 나눈 그 순간이야말로 이날의 예기치 않은 선물이었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이들은 스스로 준비해온 예물보다 더 큰 축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또 뭔가 비애가 올라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선남선녀의 새 인연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왜 우리는 이렇듯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는가. 5월의 남도의 결혼식은 아름다우면서도 착잡했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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