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의장은 9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불러 면담했다. 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 권한은 국회의장에 있다"면서 "법과 절차를 무시했다"며 역정을 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상임위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의장측은 "국회법 48조 2항에 따르면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행한다'고 규정돼있다"면서 "상임위 배정은 여야가 의장을 배제한 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안 의원이 강 의장을 예방했을 때 상임위 배정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가 없었다는 게 강 의장측의 전언이다. 안 의원측은 곧바로 "오늘이라도 강 의장을 만나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강 의장측이 일정을 이유로 내주 중에 보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의 '마지막 작품'을 줄줄이 거절한 속내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5일 양당 지도부가 새 원내대표를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강 의장이 '차기 원내대표' 기선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빈번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강 의장을 논의에서 배제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헌법개정연구회' 설치 반대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강 의장이 그간 인터뷰에서 "새 정부초기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원로들의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3일 여야 의원 100여명이 소속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인 새누리당 이군현ㆍ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개헌특위' 구성을 건의하자 강 의장이 흔쾌히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국회차원에서 '안철수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라던 첫 일성과 달리 안 의원이 '상임위 배정문제'에서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자 정치권이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장 측은 "법의 문제"라며 "정치 개혁을 말하기 전에 국회법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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