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IT센터 건립 급물살…내달중 부지 선정

중앙회와 전산시스템 분리땐 IT사고 대응 빨라질 듯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농협의 통합IT센터 건립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IT센터가 세워지면 최신 기술을 반영한 보안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 도입할 수 있고 농협금융의 IT 시스템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하는 작업과도 시너지가 나 전산사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최근 수도권의 지자체 한곳과 통합IT센터 건립을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부지 선정은 상반기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농협은 당초 서울 양재동 양곡유통센터 부지에 통합IT센터를 세울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토지용도변경 승인을 거절해 4개월 넘게 대체 부지를 물색해 왔다.

통합IT센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농협금융을 괴롭혔던 전산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IT본부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새로운 보안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는 전체적인 보안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전산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IT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도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분리됐지만 IT는 여전히 중앙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방대한 전산 시스템을 단시일 내에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탓에 정부도 3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이 때문에 해킹 등 전산사고가 발생해도 농협금융 차원에서 재빨리 대응하거나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고 금융당국 역시 관할권이 없는 농협중앙회를 직접 제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통합IT센터가 세워지면 IT시스템 분리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농협 측의 설명이다. 통합IT센터에는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농협손보 등 모든 금융계열사의 전산시스템이 입주하며 은행과 상호금융 전산분리 작업도 병행된다. IT 분리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IT본부 관계자는 "IT 분리작업과 통합IT센터 건립 시기가 일치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남아 있다. 우선 양재동에 건립을 계획할 때는 부지매입 비용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27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에는 부지 변경에 따른 매입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에 예상했던 금액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통합IT센터 운영주체가 중앙회와 금융지주 중 어디가 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농협금융은 IT를 농협중앙회에 맡기면서 매년 용역비를 지급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IT 예산이 집행되는데 통합IT센터와 관련해서는 교통정리가 아직 안 된 상태다.

농협 관계자는 "세부적인 추진사항에 대해서는 중앙회와 금융지주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며 "6월까지 부지 선정 등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사업방향이 세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현 기자 k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