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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60세 정년시대, 일자리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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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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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60세 정년 시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의 인구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당연히 필요한 사회적 선제조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노인 일자리 챙기자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을 지금보다 더 연장하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려 이른바 '아버지와 아들이 일자리를 놓고 다투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져서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40.4%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30%대까지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올 들어 지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3.5%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간신히 취업한 청년이라도 비정규직이 많아 통계 자체만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비정한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고령화가 우리보다 먼저 진전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노인천국-청년지옥'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60세 정년시대'를 맞아 이런 '유럽의 저주'가 한국에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험과 경륜의 유지가 중요한 만큼이나 신선한 사고와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오는 청년고용도 중요하다. 따라서 정년이 연장되는 만큼 일정한 나이가 되면 기꺼이 정상에서 물러나 나이나 체면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보직 없이 현장업무를 하고 나이 어린 상사에게 지시를 받게 되더라도 자존심 상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은퇴연령에도 출근할 곳이 있고 일이 있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지 않고 자리나 연봉 유지, 체면 유지에 급급하다 보면 그야말로 한정된 보직을 놓고 젊은 층과 노인층이 대립각을 세우는 악몽이 벌어질 것이다. 또한 '정년 60세 시대'에는 청년이냐 노인이냐 하는 물리적 기준보다는 생산성 기준이 훨씬 더 중요해져야 한다. 나이가 들더라도 청년보다 더 잘할 수 있고 기업이 자신을 필요로 하도록 꾸준히 자신의 휴먼 캐피털을 축적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때가 온 것이다.

둘째, 정부는 정년연장이라는 핵심적 신호를 이미 시장에 주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노사협상에 대해서는 각 사업장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작업조건이나 임금조건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시장에는 'One size fits all(단 한가지)' 규제가 통용되지 않는다. 나라마다, 개별 사업장마다 독특한 전통과 사고구조, 경제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노련한 실전경험이 훨씬 중요해 고령인력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젊은 층이 많아야 생산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 사업장도 있다. 사업장별로 정년연장 대신 작업조건이나 임금조건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자체 흡수능력이나 조정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평화적인 노사협상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 경제가 생산해낸 가치의 70% 정도를 노동이 가져가는 만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노동정책은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위한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정년연장 법안의 통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 법안이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에 알맞게 착근하도록 지속적인 후속 조치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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