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져서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40.4%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30%대까지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올 들어 지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3.5%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간신히 취업한 청년이라도 비정규직이 많아 통계 자체만 보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비정한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고령화가 우리보다 먼저 진전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노인천국-청년지옥'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둘째, 정부는 정년연장이라는 핵심적 신호를 이미 시장에 주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노사협상에 대해서는 각 사업장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작업조건이나 임금조건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시장에는 'One size fits all(단 한가지)' 규제가 통용되지 않는다. 나라마다, 개별 사업장마다 독특한 전통과 사고구조, 경제구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노련한 실전경험이 훨씬 중요해 고령인력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젊은 층이 많아야 생산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 사업장도 있다. 사업장별로 정년연장 대신 작업조건이나 임금조건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자체 흡수능력이나 조정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평화적인 노사협상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 경제가 생산해낸 가치의 70% 정도를 노동이 가져가는 만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노동정책은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위한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정년연장 법안의 통과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문제의 법안이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에 알맞게 착근하도록 지속적인 후속 조치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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