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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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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5월 2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대부분의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은 ‘엄마’라는 단어가 아닐까. 세월이 흘러도 엄마는 늘 엄마로 불리지만 아빠는 어느새 아버지라는 호칭에 더 익숙함을 느낀다. 가족 안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늘 낯설기만 하고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나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껴안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늘 강인한 모습만 보여준다.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나긴 외로움의 터널을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무게를 느낀다. 아버지도 늘 아빠로 존재하고 싶을지 모른다. 우리는 과연 아버지의 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1. 아버지의 일기장

내 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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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만화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만화가 박재동은 만화방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열 살 되던 무렵부터 한참 장성한 뒤까지 만화방 주인이었고, 어머니는 만화방 한쪽에서 팥빙수를 갈고 오뎅과 떡볶이를 팔았다. 그가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풍경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난한 삶을 꾸려가느라 동분서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사이가 좋았던 부자지간이었음에도 아들은 자식과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깊었는지, 고생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 지에 대해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지내왔다.
그런 그가 병든 몸으로 만화방 한쪽에서 고요히 앉아 책을 보시던 것으로만 기억하던 아버지를 다시 만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한참 뒤, 그분이 남겨놓은 수십 권의 일기장을 읽고 난 뒤였다.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를 펼쳐 읽게 된 60대 아들은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젊은 아버지의 40대부터 엇비슷한 나이가 된 60대의 아버지가 살았던 세월을 하루하루 되짚어보며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일기장 틈틈이 메모를 남기고, 그림을 덧붙이면서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에게 못다 한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다.

2.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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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4일 사진작가 필립 톨레다노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었다. 난데없는 이별이었다. 어머니의 예기치 못한 타계로 흘린 회한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심각한 기억상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단기기억 상실을 동반한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산 지 일 년여가 지나, 그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아버지와의 소소한 일상을 사진과 단상에 담아 올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허물어진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자 즐거운 폭로였다.

치매에 걸린 100세에 가까운 나이의 아버지를 모신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저자 필립 톨레다노는 아버지와 함께한 나날에 정말로 감사한다고,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3년여의 시간 동안, 말하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없으며, 서로 바닥까지 다 보여주면서도 한 점 후회 없이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가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지를, 자식이 이룬 것에 대해 당신께서 자부심을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3. 아들아, 아빠를 닮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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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 부모가 되어도 엄마에 대한 호칭은 언제나 엄마이지만 아빠는 이미 ‘아빠’가 아닌 ‘아버지’로 불린 지 오래다.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했지만 어느새 부자지간에는 서먹함과 일정한 거리감이 자리 잡는다. 아빠의 친근함은 오간데 없고 가장의 의무감과 무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몇 차례 경제 위기를 겪으며 남자로, 가장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더 고달파지고 삭막해 졌다. 삶의 목표와 가치를 오로지 돈으로만 환산하는 ‘천박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아빠’들의 자화상이자 고백서이고, 상처받은 아빠가 아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그리고 ‘아들’을 빌어 이 시대 청춘들에게 보내는 선배 세대의 또 다른 희망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이 책을 위해 김조광수 감독, 박성원 작가, 타이거 JK 등을 인터뷰해 우리 시대 ‘아빠’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고, 감춰서도 안 되는 선배 세대의 실책과 좌절, 그리고 그 고백을 통해 청춘들에게 다가가려는 작은 몸짓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청춘들이 선배 세대들과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가꿔가는 데 작은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슬기 기자 sg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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