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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생보사 7곳 망한 90년대 日처럼…우리도 지금 3년 버틸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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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마진 등 최악의 상황" 호소하는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 민원 줄이는데만 신경쓰다보니…블랙컨슈머 판쳐 보험사 골병
- 특수관계인까지 심사하는 규제…지배구조 투명한 보험사는 부담
- 정년 60세 법 국회통과는 도움…생보지원은 사회보장제도 보완


대담=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지금의 보험업계는 저금리와 저성장, 저수익, 저출산과 같은 4저와 고령화 등 이른바 '4저1고(4低1高)' 현상이 뒤덮고 있습니다. 정말 힘든 상황입니다. 생명보험업계를 대변하는 생보협회장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인터뷰 내내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의 얼굴엔 안타까움이 절절이 묻어났다. '가벼운(?)' 인사치레를 기대하고 물었던 기자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은 1시간 정도였지만 김 회장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솔직한 말을 이어갔다. '보험산업은 현재 온갖 바람을 맞으며 적나라하게 현실과 부딪히고 있다'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 보험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등의 요지였다. 한마디로 '지금 보험산업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는 것이다.

보험산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최근 1~2년 사이다. 하지만 올들어선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2011년 12월)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말로 어려운 상황을 표현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이미 금리 부문에서 역마진이 발생해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생보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4.8%로, 이 기간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자율인 5.6% 보다 0.8%포인트 낮았다. 운용자산수익률이 적립금 이자율 보다 낮다는 것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지급이 많다는 의미다.

김 회장이 언급한 '4저1고'는 이미 보험산업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저성장에 접어드니 보험 신규가입자가 줄어들고 초회보험료 증가속도도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해약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출산은 생보산업의 주력상품인 어린이보험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보험 순익규모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3~4년을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례도 언급했다. 1990년대 소위 '잃어버린 10년' 시기에 일본에서는 생보사 7곳과 손보사 2곳이 도산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8분기 연속 성장률이 0%대입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커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최근 보험업계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원을 줄여 신뢰도를 높이는 게 대표적인 예다. 김 회장은 "금융민원 가운데 보험이 절반이 넘는 상황"이라면서 "보험민원 감축을 위한 모범규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민원 줄이기에 대해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선 100%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무리하게 민원을 줄이다보면 자칫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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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금융당국의 민원 줄이기 노력을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며 "한 사람이 불과 몇달새에 3000여건의 민원을 제기한다거나 암보험 한건에 대한 민원을 수백번 제기한다면 회사 입장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원을 줄이는 데만 신경쓰다 보면 소위 블랙컨슈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같은 사안에 대해 수천명이 제기하는 다중민원과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민원을 내는 중복민원은 보험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그 중에서도 보험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장 입장에서 부담이다. "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지배주주가 명확합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까지 심사대상에 포함됐는데, 걱정이 큽니다. 벌금형 이상 형벌을 받으면 지배주주 상실은 물론, 의결권이 제한되거나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생보협회는 벌금형 대상이 되는 법을 금융관련법 정도로 국한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보험사를 경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분쟁에 휩싸이게 되는데 벌금형을 받을 때 마다 지분을 매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보험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마냥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4저1고' 가운데 고령화에 대해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연금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손해일 수 있지만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은 오히려 보험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 수명 연장이 보험금 지급 시기를 늦춰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여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년 60세'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도 생보업계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연금상품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와 함께 온라인 등 새롭게 등장한 판매채널은 잠재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이미 일부 회사들은 어린이보험, 정기보험, 암보험 등을 온라인채널로 판매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약환급금을 높인 연금보험, 약관을 간소화한 보험상품이 생보사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칭찬받을 일"이라고 언급했다.

올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공적연금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생명보험이야말로 공적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금융산업입니다. 정부의 제도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명보험의 역할을 강조하는 그의 말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정리=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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