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불, 물이 만나 이루는 막사발은 기술과 예술혼이 빚은 생활용기다. 도예가 김원주씨(52, 사진)는 25년째 '막사발'을 만든다. 경기 여주군 북내면, 고달사지 인근에 소재한 김씨의 작업장에는 막걸리잔, 보새기, 작은 술잔과 접시, 찻그릇 등 각종 막사발이 즐비하다. 여러해 이웃으로 지내온 소설가 김영현은 그를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막사발 대가"라고 칭한다.
막사발은 한때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졌었다. 우리 곁에 돌아온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요즘은 수많은 전승도예가들도 막사발 제작을 기본으로 삼는다. 서울 인사동 등에서도 막사발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김씨처럼 막사발을 새롭게 현대적으로 재현해 생활용기 혹은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까닭이다.
그가 오랫동안 막사발에 심취해 있는 이유를 "우리는 휴대폰, 인터넷 등 수많은 지식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대량생산된 상품에 휩싸여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소외와 불안을 느낀다"며 "때로 손으로 빚고 불에 굽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막사발은 색다른 위안을 준다"고 설명한다.그는 막사발을 구울 때도 전기가마보다는 장작을 쓰는 전통가마를 선호한다. 며칠씩 장작을 피우며 불속에서 건져올린 막사발은 마치 숨쉬는 양 생명을 느낀다.
"오늘날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가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 보면 한글, 한식, 한옥, 한복 등 인류문화사에 어느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문화 원형을 수두룩하다. 그 속에는 인류의 '오래된 미래', 대안적 가치가 숨쉰다. 다 조상들의 삶이 빚은 예술이다. 이제는 좀 더 깊이 있게 우리 것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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