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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형마트에 진 서울시, 언론탓 말고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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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우리 뜻은 그게 아닌데, 언론이 잘못 보도해서 그렇다."

대형마트 판매 제한 품목 지정 방침에 대한 찬반론이 뜨겁던 어느날 만난 서울시 한 간부의 말이었다. 지난달 8일 서울시가 정책을 발표한 후 비판 여론이 들끓자 '언론 탓'을 한 것이었다. 즉 자신들은 대형마트가 기존 상권과 마찰을 빚을 경우 협상을 통해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물품 목록을 만든 것 뿐인데, 언론에선 "서울시가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한다"는 식으로 보도해 오해를 샀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서울시는 '판매 조정 가능 품목 선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언론은 모두 '판매 제한 품목 지정'으로 보도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 단어 한 두개가 전달하는 의미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하지만 서울시의 잘못은 없었을까? 서울시는 우선 매우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작업이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정책을 발표했다. 대형마트의 불만은 그렇다치더라도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서울시는 충실한 의견수렴, 이해관계 조정 등의 절차 없이 대뜸 발표부터 했다. '졸속ㆍ탁상 행정'이라고 비판받을 만하다.

또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관'(官)은 이른바 '갑(甲)'이다. 관이 쓰는 '검토'ㆍ'권고'ㆍ'조정' 등의 단어는 민간입장에선 '확정된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서울시는 8일 "분쟁 발생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회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겠다는 방침도 폐기하고 말았다. 농어민과 중소 납품업체 2000여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서울시에 항의 방문하기로 하는 등 거세진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아무리 올바른 정책이라도 면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어설픈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반값등록금을 비롯한 서민친화적 정책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에 이번의 '혼선'이 보약이 되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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