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ㆍ365~427)은 몸(形)과 그림자(影)와 영혼(神)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그것을 기록하여 시로 엮었다. '몸과 그림자와 영혼'이라는 시다. 어느 저녁답이었을 것이다. 입맛을 다시며 술 생각을 하는데, 뉘엿뉘엿 넘어가던 그의 그림자가 몸이 하는 일을 말린다.
몸이 투덜댄다. "여보게, 천지와 산천은 늘 지속되는데 인간은 모두 죽어버리고 다시 오지 않는다. 어찌 술이 있는데 굳이 사양하겠는가(得酒莫苟辭)."
영혼이 나서서 두 양반이 모두 '오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일종의 마무리 멘트다. 몸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 취하면 잠깐 잊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술이 어찌 목숨 늘리는 도구가 되랴?(日醉或能忘 將非促齡具)." 그림자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착한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야 늘 열심히 해야겠지만 죽은 다음 너에게 누가 표창장을 주겠나?(立善常所欲 誰當爲汝譽). 그러다 스트레스받으면 건강만 망치니 마땅히 운명이 가는 대로 맡겨두려무나(甚念傷吾生 正宜委運去)." 홀로 사는 삶을 즐겼던 은둔자 도연명이 자신을 3종 세트로 분리하여 서로 대화를 시킨 것도 기이하지만, 그들의 대화 내용도 여간 흥미롭지 않다.
내친김에 최근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대입시켜보면 어떨까? 여당이 말한다. "'미래' 그거 붙들고 늘어질 참인가? 빨리 끝내고 술이나 한잔하세." 야당이 "술 먹는다고 '미래'가 좋아지겠는가? 우리 쪽엔 또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그림=이영우ㆍ글=이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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