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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봄날의 부음(訃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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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봄날의 부음(訃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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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입고 나간 두터운 옷이 점심 먹으러 나갈 때쯤이면 부담스럽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도 아직은 쌀쌀하다. 병원마다 감기 환자로 북적이고 산불도 잦아졌다. 매년 이른 봄철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두문불출, 문을 걸어 닫고 방안에서 신문만 받아 보며 지내는 사람도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아내는 방법은 있다. 각 신문 인물 면의 맨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리는 부음 기사의 양이 부쩍 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된 이유인지 겨울보다는 이맘때 부음이 많아진다. 혹독한 겨울은 버텨냈지만 날씨가 풀리자 그만 마음까지 풀리는 탓인지 모르겠다(상가에서 마주친 혹자는 "후손들이 땅 파기 좋으라고 해빙 때까지 기다리신 거"라는 새로운 학설인지 덕담인지 모를 말을 연신 해댔지만, 그리고 나도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쉬 믿기지는 않는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구태여 신문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연의 섭리다(학창시절 연역법과 귀납법에 대해 배울 때 예문으로 접한 대명제이기도 하다). 봄 환절기가 아니라도 때가 되면 우린 죽는다. 예외가 없다(유감스럽지만 글 쓰고 있는 나도, 지금 읽고 있는 당신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구태여 계절을 탓할 일도 아니다.

'인생 팔십(불과 수십년 사이에 늘어도 정말 많이 늘었다)'을 거칠게 요약하면 '태어나 짝 만나 혼인하고 애 낳아 키우다 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이즈음이면 청첩장 왕래도 잦아진다. 떠나가는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보겠다고 나선, 의기양양 선남선녀의 결기가 가상하다.
희망의 봄이 오고 있는데, 더욱이 5년 만에 새 정부도 출범했는데, 웬 죽음 타령이냐고 묻는다면. 요즘 주변에, 특히 정치권에(남한이든 북한이든, 여든 야든) 영원히 살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을 한 번 되짚어보는 것이다.

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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