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5일 오후 안찬수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사무처장(50)은 서울 도봉구청 관계자 및 건축가와 미팅을 가졌다. 도봉구내에 지어질 도서관 건립 설계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전날에도 전남 곡성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여, 4명의 신입생에게 책 꾸러미를 전달하고 온 터였다.
하루에도 독서문화 확산 및 도서관 건립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안 처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설 지경이다.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은 우리나라 독서문화운동의 지휘본부나 마찬가지다. 안 처장은 그곳에서 책 지킴이 혹은 파수꾼 역할을 하며 독서 진흥과 관련된 일을 총괄한다.
실례로 전남 순천시의 경우 2003년 기적의 도서관이 건립되기 이전까지 27만명의 도시에 도서관은 시립도서관 등 단 두개뿐이었다. 기적의 도서관 건립 이후 순천시에는 작은 도서관을 포함, 총 45개의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도서관 하나가 기적과 신선한 충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요즘 순천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도서관 건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꼭 한번은 찾는 곳이 됐다. 심지어 도서관은 순천의 명물로 자리해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순천시는 한 도시가 도서관 하나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이젠 어느 곳에서도 아이들이 책과 더불어 놀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어른들도 사랑방처럼 모여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공간으로 변모했다. 이처럼 전국에 지역도서관, 작은 도서관, 학교 도서관, 마을 도서관, 아파트 도서관 등등 각기 실정에 맞는 도서관 건립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민운동은 도서관 건립 운동 및 책 보급, 독서활동 프로그램 전파 등의 활동을 통해 독서문화에 일조하고 있다는데 자긍심을 갖고 있다."
기적의 도서관 건립 이전의 도서관 문화는 그저 입시생, 고시준비생들의 독서실 기능 위주였다. 이에 국민운동은 영유아와 더불어 주부들이 책을 볼 수 있거나 시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도서관이 늘 책과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힘을 모았다. 안 처장은 "엄숙하면서도 칙칙한 분위기였던 도서관이 놀이터처럼 친근하고 소통하게 하는 공간으로 속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금은 대부분의 도서관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북 스타트 운동이다. 북스타트 운동은 '북스타트 코리아'와 지자체가 펼치는 사회적 육아지원 사업으로 공공도서관, 각종 정보관, 보건소,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아기들에게 그림책이 든 가방을 선물, 아기와 부모가 책을 보며 함께 웃고 놀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3만9000여명에게 '북 꾸러미'를 전달했다. 또한 북 꾸러미를 주는 곳에는 각종 독서와 관련된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언제나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게하는 운동이 '북 스타트'다.
도서관과 북스타트 등으로 사람이 책과 지식으로 연결되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게 안 무처장의 생각이다. 국민운동에서는 도서관 건립 사업 외에도 각종 연구 및 독서 관련 실태조사, 정책 개발 및 지원, 도서문화 확산을 위한 지원, 협력 등의 활동도 수행한다. 안 사무처장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영혼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책 읽는 대한민국이 돼야 경제, 민주, 통일 등 우리 시대의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저 이런 일을 하는 심부름꾼으로 허락된 된 것이 행복이며 소명이라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 처장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 및 단체는 물론 시민들이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한편 안 처장은 국민운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창작과 비평사에서 근무했으며 시를 쓰는 문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아름다운 지옥(문학동네)', '한그루 나무의 시' 등을 출간했고, 각종 저술과 번역도 해왔다. 번역서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3대 저술 중 하나인 '힌두 스와라지'가 포함돼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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