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근로자 월급에서 떼는 소득세 원천징수 금액을 평균 10% 줄이도록 했다. 미리 충분히 뗀 뒤 연말정산을 통해 이듬해 2월 더 거둔 부분을 돌려주던 것을 9월부터 덜 떼도록 한 것이다. 이전 1~8월에 더 뗀 세금도 9월 봉급에 얹어 주게 했다. 대선이 코앞인 당시 경기가 좋지 않자 경기부양 자금을 방출하며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이었다. '근로소득 원천징수 합리화 정책'이라고 포장했지만 줬다가 뺐는 꼼수였다.
환급받는다고 웃을 일도 아니다. 매달 세금을 많이 떼어간 뒤 이자 한 푼 없이 원금만 돌려주니 말이다. 자동차세ㆍ주민세는 하루라도 기한을 넘기면 10% 가산세가 붙는다. 그런데 최장 14개월 정부가 갖고 있는 근로소득세 환급금에는 이자가 없다. 지난해 4조8887억원이었던 연말정산 환급세액은 원천징수를 덜 했는데도 올해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번에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도 부실했다. 일부 병ㆍ의원과 카드사의 소득공제 증빙신고가 누락돼 지난달 15~21일 입력자료를 수정하면서 알리지 않았다. 국세청의 자료 수정 이전에 연말정산 서류를 낸 사람들은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있다.
세금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거둬야 한다. 봉급생활자의 유리알 지갑에서 원천징수한다고 편의적으로 더 거두고 말고 해선 곤란하다. 급여 수준과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이만큼 세금을 떼라고 정부가 기업에 돌리는 간이세액표부터 촘촘히 제대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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